주요 기업별 2008년 실적
환율상승덕 현대차 판매대수 감소에도 ‘선방’
기아차 “적자 탈출”…LG전자 “최대 실적”
4분기는 모두 ‘곤두박질’…올해 전망 ‘캄캄’
기아차 “적자 탈출”…LG전자 “최대 실적”
4분기는 모두 ‘곤두박질’…올해 전망 ‘캄캄’
전세계에 몰아친 경기침체 속에도 국내 제조업 분야 대표기업들이 잇따라 내놓는 지난해 연간 실적은 눈부시다. 하지만 업종을 가릴 것 없이 지난해 4분기부터는 매출과 이익 규모가 가파르게 곤두박질치고 있어 경기침체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는 올해 실적 전망은 우울하기 그지없다.
현대자동차는 22일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에서 기업설명회를 열어 지난해 매출 32조1898억원, 영업이익 1조8772억원, 당기순이익 1조4479억원의 실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지난해 자동차 판매(166만8745대)는 1.9% 줄었지만 매출액은 5.1% 늘어, 2007년에 세운 사상 최대 매출(30조6197억원) 기록을 갈아치웠다. 환율이 크게 올라 원화로 환산한 수출부문 매출액이 크게 늘어난 덕을 봤다.
지난해 개성이 강한 신차를 잇달아 선보인 기아자동차도 성장성은 물론 수익성에서 뚜렷하게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기아차가 이날 발표한 지난해 실적은 매출 16조3822억원, 영업이익 3085억원, 당기순이익 1138억원에 이른다. 이로써 기아차는 2006년부터 2년 내리 이어온 적자 행진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두 회사의 4분기 실적만을 따로 떼놓고 보면 본격적인 경기 하강세가 그대로 반영돼 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각각 8.9%와 27.9%나 줄어들었다. 특히 내수(12만9841대) 감소폭은 22.8%나 됐다. 기아차 역시 지난해 4분기 판매량(31만6966대)이 2007년 같은 기간보다 33% 줄어들었고, 영업이익도 63.3%나 줄었다.
기업 활동도 잔뜩 움츠러들었다. 정태환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이날 “부지 정리작업이 진행 중인 브라질 완성차 공장에 대한 투자를 잠정 유보할 계획”이라며 “이미 착공에 들어간 러시아 공장은 세계 경제상황을 고려해 완급을 조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사상 최대 매출 실적을 발표한 엘지전자와 에스케이에너지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엘지전자는 지난해 매출 49조3330억원에 영업이익 2조1331억원을 내,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잔치를 벌일 상황이 전혀 아니다. 4분기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 대비 83%나 급감하며 올 1분기에도 심각한 어려움이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엘지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1500억~2000억원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영업이익은 1014억원에 그쳤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1분기 역시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시설투자는 일부 축소하지만 연구개발·디자인 등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려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승혁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예상보다 실적이 부진하지만 글로벌 시장환경을 고려하면 선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에스케이에너지 역시 삼성전자에 이어 두번째로 지난해 수출 200억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빛이 바랬다.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5조7459억원과 1조9334억원으로, 전년 대비 65%, 31% 늘어났다. 하지만 4분기 들어 수요 부진으로 주력사업인 석유화학과 화학산업이 직격탄을 맞아 66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다. 분기 기준으로 순손실이 난 것은 5년 만에 처음이다. 최우성 김영희 이재명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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