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텔레비전 _ 2012년 안방은 ‘입체영화관’
“우리가 제일 잘 할 수 있고, 해외시장에서 얻을 게 많은 분야를 골라 밀어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디지털텔레비전을 신성장동력 품목으로 고른 것은 잘 한 것이다. 이미 다 갖고 있는 텔레비전이 어떻게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정말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이춘(47) 엘지전자 디지털텔레비전연구소 소장은 “텔레비전은 늘 새로운 도전을 요구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게 흑백에서 컬러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가올 변화를 정확히 예측해 기술을 준비한 업체는 시장을 주도하고, 그렇지 못한 업체는 끌려다녔다”고 덧붙였다.
그는 텔레비전에서 앞으로 다가올 가장 큰 변화로 ‘3차원 텔레비전’을 꼽았다. ‘실감 텔레비전’이라고도 불리는 3차원 텔레비전은 2012년쯤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기술 규격 및 표준과 관련해서는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고, 밑그림도 분명하지 않다. “영상을 처리하는 방법과 관련해서는 규격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밑그림조차 그려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우리나라 업체들에게는 기회다. 디지털텔레비전에서는 우리나라가 원천기술도 갖고 있어 경쟁력이 뛰어나다. 엘지전자의 경우, 3차원 화면을 구성하는 방법으로 헤드마운트(안경처럼 쓰면 입체영상을 볼 수 있는 장치)를 쓰게 할 것인지, 프로젝션 텔레비전을 통해 그냥 보게 하는 형태로 할 지, 아니면 빛의 간섭원리를 이용해 입체영상을 구현하는 홀로그램을 이용할 지 등을 함께 검토하며, 관련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업체들은 아날로그 텔레비전 시절에는 외국업체들의 기술개발 동향을 살피며 말 그대로 따라가기 바빴지만, 3차원 텔레비전부터는 우리나라 기술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 업체들이 디지털텔레비전에서 재미를 볼 수 있는 꺼리는 이외에도 많다. 디지털이동방송(DMB)도 그 가운데 하나다. 그는 “디지털텔레비전에서 축적한 기술이 있었기에 디엠비라는 아이디어가 가능했고, 남보다 빨리 상용화할 수 있었다”며 “방송과 통신의 결합이 만들어내는 부수적인 시장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텔레비전의 미래는 ‘집 안의 엔터테인먼트센터’”라고 말했다. 텔레비전이 지능을 가지면서 집 안의 개인용컴퓨터를 닮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디지털텔레비전은 피시(PC)를 닮아가고, 피시는 디지털텔레비전을 닮아가는 과정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생생한 '실감한' TV로
"우리나라 원천기술 보유
세계시장 주도할 가능성"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디지털텔레비전에 대한 전략을 세웠다. 홈미디어센터가 첫 발이다. 이게 방에 있는 피시를 거실의 텔레비전 자리로 끌어낼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피시를 텔레비전과 접목시키기 위해, 거실 사용자에게 맞도록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도 우리 경쟁자”라며 “따라서 앞으로는 경쟁구도도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가려면 기술 개발만 잘해서는 안된다. 뒤따라 오는 업체들이 옆길로 새지 않고 계속 우리를 따라오게 하는 일도 해야 한다. 앞서서 달리다 뒤를 돌아보니, 다른 업체들은 딴 길로 가고 있으면 앞서 가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그는 신성장품목에 대한 정부의 지원방식에 대해서는 “비지니스모델까지 생각하는 지원체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술을 중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콘텐츠 같은 인프라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김재섭 정보통신전문기자 jskim@hani.co.kr
■ 홈네트워킹 _ 똑똑한 가전, 비서노릇 ‘척척’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음성인식 인터넷 냉장고에 얘기해둡니다. 내일 아침엔 토스트가 먹고 싶다고. 냉장고가 식빵 재고를 체크하니, 식빵이 없는 거예요. 그럼, 냉장고는 ‘알아서’ 동네 빵집에 온라인 주문을 넣습니다. 아침엔 갓 배달된 식빵으로 토스트를 먹게 되겠지요.”
너무 꿈같은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케이티 컨버전스연구소 정상현(41) 실장은 약간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기껏 텍스트를 실어나르던 피시통신이 동영상도 볼 수 있는 초고속 인터넷으로 바뀐 걸 떠올리자면, 그다지 먼 미래 같지도 않다. 정 실장은 집안의 지능형 정보가전들을 언제 어디서든 제어하고, 온갖 정보를 초고속 쌍방향으로 주고받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홈네트워킹’이란 이런 미래를 위한 기반기술이다. 예컨대 깜박 잊고 나온 가스불을 집밖에서 끌 수 있다. 또 침대에 눕고 나서 부엌 전등은 껐는지, 현관문은 잠궜는지 걱정이라면, 리모컨 하나로 ‘뚝딱’ 해결이다. 새벽 세시건 네시건 보고 싶은 영화는 주문형 비디오(VOD)로 서비스된다. 현재 홈네트워킹 개발은 케이티와 에스케이티가 이끄는 양대 컨소시엄이 주도하고 있다. 홈네트워킹이 가정 내 시스템이지만, 집밖의 상점·관공서·방송사 등에 거미줄처럼 연결해야 하는 까닭에 통신사업자가 자연스레 선두에 섰다. 각 컨소시엄에는 건설·가전·방송·컨텐츠 업체 등 수십개 관련회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정 실장은 “이런 참여 열기가 홈네트워킹 기술의 잠재적 파급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홈네트워킹이 구축되면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은 무궁무진하다. 앞서 똑똑한 냉장고 같은 지능형 정보가전들은 날개를 달고, 방송사는 컨텐츠 사업의 통로를 얻는다. 또 건설사는 쾌적하고 편리한 주택을 팔 수 있다. 관련장비의 세계시장은 올해만 860억달러 규모로 예측된다. 주요 장비는 홈네트워킹의 사령탑격인 홈서버·홈게이트웨이를 비롯해 유무선 네트워크, 지능형 정보가전 등이다. 컨테츠 시장 등을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높은 산은 남아 있다. ‘표준화’라는 지상과제이다. “홈네트워킹 시대엔 모든 가전기기들이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표준이 있어야 합니다. 현재는 네트워크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겨냥한 가전기기 개발만 앞서가고 있어요. 삼성 냉장고와 엘지 세탁기가 접속 기술표준이 다르다면 홈네트워킹은 기술적으로도 복잡해지고 관련비용도 껑충 뜁니다.” 아직 세계적으로도 시장을 주도할 표준은 보이지 않는다.
침내 누워 현관문 잠그고
냉장고가 식빵 주문까지
"초기 투자비·표준화 숙제 " 정 실장은 일단 우리 업계의 강점을 높이 평가했다. 표준화와 함께 가정 내 네트워크 구축만 이뤄지면 관련사업이 약진할 여지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막강한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또 가전업체 기술도 뛰어나고요. 가정 내 네트워크 구축 초기투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을 서둘러 고민해야 합니다.” 현재 가정 내 네트워크 구축 투자와 관련해선 뚜렷한 ‘큰손’이 나오지 않은 채 통신사와 건설사의 제휴 모델 등이 논의되고 있다. 연관산업 파급효과는 크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주말 부부로 대전 집과 서울 우면동 케이티연구개발센터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연구자인 덕분에 홈네트워킹의 혜택은 톡톡히 누린다. “대전 집에 12살 아들과 8살 딸이 있어요. 홈모니터링 기술로 거실에 카메라가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가족들 모습을 언제든 볼 수 있는 게 큰 낙이지요. 아직 실험단계인 화상전화 서비스가 이뤄지면 좀더 행복해지겠지요.”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
||||
그는 텔레비전에서 앞으로 다가올 가장 큰 변화로 ‘3차원 텔레비전’을 꼽았다. ‘실감 텔레비전’이라고도 불리는 3차원 텔레비전은 2012년쯤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기술 규격 및 표준과 관련해서는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고, 밑그림도 분명하지 않다. “영상을 처리하는 방법과 관련해서는 규격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나머지 부분은 밑그림조차 그려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우리나라 업체들에게는 기회다. 디지털텔레비전에서는 우리나라가 원천기술도 갖고 있어 경쟁력이 뛰어나다. 엘지전자의 경우, 3차원 화면을 구성하는 방법으로 헤드마운트(안경처럼 쓰면 입체영상을 볼 수 있는 장치)를 쓰게 할 것인지, 프로젝션 텔레비전을 통해 그냥 보게 하는 형태로 할 지, 아니면 빛의 간섭원리를 이용해 입체영상을 구현하는 홀로그램을 이용할 지 등을 함께 검토하며, 관련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업체들은 아날로그 텔레비전 시절에는 외국업체들의 기술개발 동향을 살피며 말 그대로 따라가기 바빴지만, 3차원 텔레비전부터는 우리나라 기술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 업체들이 디지털텔레비전에서 재미를 볼 수 있는 꺼리는 이외에도 많다. 디지털이동방송(DMB)도 그 가운데 하나다. 그는 “디지털텔레비전에서 축적한 기술이 있었기에 디엠비라는 아이디어가 가능했고, 남보다 빨리 상용화할 수 있었다”며 “방송과 통신의 결합이 만들어내는 부수적인 시장도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텔레비전의 미래는 ‘집 안의 엔터테인먼트센터’”라고 말했다. 텔레비전이 지능을 가지면서 집 안의 개인용컴퓨터를 닮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디지털텔레비전은 피시(PC)를 닮아가고, 피시는 디지털텔레비전을 닮아가는 과정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
||||
"우리나라 원천기술 보유
세계시장 주도할 가능성"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디지털텔레비전에 대한 전략을 세웠다. 홈미디어센터가 첫 발이다. 이게 방에 있는 피시를 거실의 텔레비전 자리로 끌어낼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피시를 텔레비전과 접목시키기 위해, 거실 사용자에게 맞도록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도 우리 경쟁자”라며 “따라서 앞으로는 경쟁구도도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가려면 기술 개발만 잘해서는 안된다. 뒤따라 오는 업체들이 옆길로 새지 않고 계속 우리를 따라오게 하는 일도 해야 한다. 앞서서 달리다 뒤를 돌아보니, 다른 업체들은 딴 길로 가고 있으면 앞서 가는 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그는 신성장품목에 대한 정부의 지원방식에 대해서는 “비지니스모델까지 생각하는 지원체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술을 중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콘텐츠 같은 인프라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김재섭 정보통신전문기자 jskim@hani.co.kr
■ 홈네트워킹 _ 똑똑한 가전, 비서노릇 ‘척척’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음성인식 인터넷 냉장고에 얘기해둡니다. 내일 아침엔 토스트가 먹고 싶다고. 냉장고가 식빵 재고를 체크하니, 식빵이 없는 거예요. 그럼, 냉장고는 ‘알아서’ 동네 빵집에 온라인 주문을 넣습니다. 아침엔 갓 배달된 식빵으로 토스트를 먹게 되겠지요.”
|
||||
너무 꿈같은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케이티 컨버전스연구소 정상현(41) 실장은 약간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그러나 기껏 텍스트를 실어나르던 피시통신이 동영상도 볼 수 있는 초고속 인터넷으로 바뀐 걸 떠올리자면, 그다지 먼 미래 같지도 않다. 정 실장은 집안의 지능형 정보가전들을 언제 어디서든 제어하고, 온갖 정보를 초고속 쌍방향으로 주고받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홈네트워킹’이란 이런 미래를 위한 기반기술이다. 예컨대 깜박 잊고 나온 가스불을 집밖에서 끌 수 있다. 또 침대에 눕고 나서 부엌 전등은 껐는지, 현관문은 잠궜는지 걱정이라면, 리모컨 하나로 ‘뚝딱’ 해결이다. 새벽 세시건 네시건 보고 싶은 영화는 주문형 비디오(VOD)로 서비스된다. 현재 홈네트워킹 개발은 케이티와 에스케이티가 이끄는 양대 컨소시엄이 주도하고 있다. 홈네트워킹이 가정 내 시스템이지만, 집밖의 상점·관공서·방송사 등에 거미줄처럼 연결해야 하는 까닭에 통신사업자가 자연스레 선두에 섰다. 각 컨소시엄에는 건설·가전·방송·컨텐츠 업체 등 수십개 관련회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정 실장은 “이런 참여 열기가 홈네트워킹 기술의 잠재적 파급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홈네트워킹이 구축되면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은 무궁무진하다. 앞서 똑똑한 냉장고 같은 지능형 정보가전들은 날개를 달고, 방송사는 컨텐츠 사업의 통로를 얻는다. 또 건설사는 쾌적하고 편리한 주택을 팔 수 있다. 관련장비의 세계시장은 올해만 860억달러 규모로 예측된다. 주요 장비는 홈네트워킹의 사령탑격인 홈서버·홈게이트웨이를 비롯해 유무선 네트워크, 지능형 정보가전 등이다. 컨테츠 시장 등을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높은 산은 남아 있다. ‘표준화’라는 지상과제이다. “홈네트워킹 시대엔 모든 가전기기들이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표준이 있어야 합니다. 현재는 네트워크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겨냥한 가전기기 개발만 앞서가고 있어요. 삼성 냉장고와 엘지 세탁기가 접속 기술표준이 다르다면 홈네트워킹은 기술적으로도 복잡해지고 관련비용도 껑충 뜁니다.” 아직 세계적으로도 시장을 주도할 표준은 보이지 않는다.
|
||||
냉장고가 식빵 주문까지
"초기 투자비·표준화 숙제 " 정 실장은 일단 우리 업계의 강점을 높이 평가했다. 표준화와 함께 가정 내 네트워크 구축만 이뤄지면 관련사업이 약진할 여지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막강한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또 가전업체 기술도 뛰어나고요. 가정 내 네트워크 구축 초기투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을 서둘러 고민해야 합니다.” 현재 가정 내 네트워크 구축 투자와 관련해선 뚜렷한 ‘큰손’이 나오지 않은 채 통신사와 건설사의 제휴 모델 등이 논의되고 있다. 연관산업 파급효과는 크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주말 부부로 대전 집과 서울 우면동 케이티연구개발센터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연구자인 덕분에 홈네트워킹의 혜택은 톡톡히 누린다. “대전 집에 12살 아들과 8살 딸이 있어요. 홈모니터링 기술로 거실에 카메라가 연결돼 있기 때문에 가족들 모습을 언제든 볼 수 있는 게 큰 낙이지요. 아직 실험단계인 화상전화 서비스가 이뤄지면 좀더 행복해지겠지요.”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