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충전기 표준화 일지
삼성·노키아 등 ‘세계이통협’ 17곳 “2012년까지” 합의
마이크로 USB 방식…노트북도 한국 주도 제안 추진
마이크로 USB 방식…노트북도 한국 주도 제안 추진
세계 이동통신 및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2012년까지 모든 휴대전화에 사용할 수 있는 범용 충전기를 개발해 보급하기로 했다.
세계 이동통신 사업자 연합체인 국제모바일서비스(GSM)협회는 17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17개 이동통신사 및 제조업체들이 범용 충전기 표준규격을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표준화에는 삼성전자, 엘지전자, 노키아, 모토롤라, 소니에릭슨 등 주요 휴대전화 제조업체는 물론 보다폰, 에이티앤티(AT&T), 티모바일, 오랑쥐 등 통신서비스사도 동의한 상태다.
협회는 노키아가 제안한 ‘마이크로 유에스비(USB)’ 방식의 충전기를 표준으로 채택할 예정이며, 전력 소비가 지금보다 50%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범용 충전기가 상용화하면 5만1천t에 이르는 불필요한 충전기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경제적 부담 감소 등 소비자 편익도 높아질 것으로 협회는 내다봤다.
이런 휴대전화 충전기 표준화 시도는 한국에서 이뤄진 것을 외국에서 벤치마킹한 사례다. 국내에서는 2002년 4월 정보통신기술협회가 24핀 단일규격의 충전기를 표준으로 정했으며, 이에 따라 국내업체들은 표준규격의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2005년께부터 디자인 슬림화를 이유로 14·18핀 등 별도의 충전단자를 적용한 휴대전화가 잇따라 나오자, 정보통신기술협회는 2007년 11월 충전기와 데이터통신용 단자를 기존의 24핀에서 20핀으로 변경한 새로운 표준안을 권고했다. 삼성·엘지·팬택 등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20핀 규격에 맞춘 휴대전화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충전기는 기존대로 24핀이기 때문에, 별도의 어댑터(젠더)를 이용해 충전해야 하는 불편은 남아 있다. 금호전기 등이 20핀용 충전기를 만들고 있지만 보급은 더딘 상태다. 국제모바일서비스협회가 정한 표준을 국내업체도 따른다면 20핀 충전기는 ‘마이크로 USB’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한편, 노트북용 충전기도 국제 표준규격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식경제부 산하 기술표준원은 노트북 충전기 표준화를 한국 주도로 국제 표준으로 제안한다는 계획 아래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기술표준원의 송양회 디지털전자표준과장은 “이르면 올해 안에 노트북 충전기 국제표준을 제안할 예정”이라며 “국제 여론주도층에 대한 홍보를 통해 그동안 회의적이던 주변국과 업계의 태도가 바뀌고 있고, 미국 등은 적극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제 표준화를 시도하되, 성공하지 못하면 국내 표준을 제정할 방침이다. 현재의 안은 35㎝(14인치) 이하에 두루 사용할 수 있는 60W급을 표준으로 하고, 이보다 큰 화면의 노트북에 사용되는 90W, 120W는 권고표준으로 제안한다는 계획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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