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태 하나은행장
[은행장 릴레이 인터뷰] ② 김정태 하나은행장
“거래 기업 현장에 위험 요인은 물론 수익 요인까지 모두 있습니다. 본점에서 커 온 사람들은 잘 몰라요. 은행 경영이 어려울 수록 현장으로 가야합니다.”
재무지표만으로는 리스크 관리 한계 뚜렷
금융은 실물의 그림자…‘윈윈관계’로 가야 김정태(사진) 하나은행장만큼 영업 일선에서 뛰고 있는 지점장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이도 드물다. 거꾸로 김 행장만큼 지점장을 채근하고 다그치는 행장도 없다. 은행원 인생 대부분을 영업 현장에서 지냈고, 탁월한 영업 능력을 인정받아 행장으로 발탁된 독특한 이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 행장은 25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영업 강화를 자칫 자산 확대로 오해하지 말아 달라”며 “영업 확대는 곧 현장 강화이고, 현장 강화를 통해 제대로 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점장들에게 주말에도 거래 기업을 돌아다니라고 채근한다”고 덧붙였다. 하나은행은 지난 1월 김 행장의 이런 의중을 반영해 영업통들을 전진 배치하는 임원과 부서장 인사를 단행했다. 제대로 된 리스크 관리란 뭘까. 김 행장은 본인의 경험을 소개했다. “외환위기가 시작되기 8개월 전에 벌써 낌새를 알아차렸다. 화장실, 식당, 작업 현장 등 거래 기업을 샅샅이 돌아다녀 보니 느낄 수 있었다. 그 덕에 외환위기 때도 살아남은 유일한 지점장이 됐다. 리스크 관리는 책상에서 펜 대 굴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
대부분 은행이 금융위기를 맡아 리스크 관리의 방편으로 여신 심사를 지점에서 본점으로 옮기는 등 본점 역량 강화에 힘을 쏟는 것과는 정반대의 전략인 셈이다 김 행장은 “현장에서 ‘전투’를 해 본 사람만이 현장의 중요성을 안다”며 “공개되는 재무 지표만으로는 리스크 관리는 물론 수익 창출에도 한계가 뚜렷하다”고 현장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런 현장 중심관은 은행의 역할론으로 이어졌다. 김 행장은 “은행이 비 올 때 우산을 뺏는다는 비난을 많이 듣는데, 공감 가는 부분도 있지만 그것만이 진실은 아니다”며 “하나은행의 지난해 중기 대출 만기연장률이 97%가 넘는 데서 보듯, 은행은 자신의 이해 관계 때문이라도 실물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실물이 죽는데 금융만 잘 나갈 수 없다. 금융은 실물의 그림자란 말도 있지 않나”며 “‘윈윈 관계’로 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3분기 통화옵션 상품 ‘키코’를 팔았던 태산엘시디(LCD)가 파산 위험에 빠지면서 8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이 사태는 하나은행의 리스크 관리 능력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김 행장은 “너무나 뼈아픈 사건”이라며 “지난해 말 관련 충당금을 쌓아서 추가적인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은행은 지난해 하반기에 태산엘시디 관련 잠정 손실액 대비 80% 수준인 5천억원을 충당금으로 적립했다. 김 행장은 “선제적인 포트폴리오 관리의 성과는 점차 나타날 것”이라며 “오는 7월 정도면 은행간 우열이 가려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은행은 시중은행 중 건설업 등 경기민감업종 여신 비중이 가장 낮다. 그는 아울러 “점포 수는 적더라도 생산성과 효율성 부문에서 1등 은행이 될 수 있도록 다른 은행과 차별화하는 데 주력한다”고 덧붙였다. 글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금융은 실물의 그림자…‘윈윈관계’로 가야 김정태(사진) 하나은행장만큼 영업 일선에서 뛰고 있는 지점장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이도 드물다. 거꾸로 김 행장만큼 지점장을 채근하고 다그치는 행장도 없다. 은행원 인생 대부분을 영업 현장에서 지냈고, 탁월한 영업 능력을 인정받아 행장으로 발탁된 독특한 이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 행장은 25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영업 강화를 자칫 자산 확대로 오해하지 말아 달라”며 “영업 확대는 곧 현장 강화이고, 현장 강화를 통해 제대로 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점장들에게 주말에도 거래 기업을 돌아다니라고 채근한다”고 덧붙였다. 하나은행은 지난 1월 김 행장의 이런 의중을 반영해 영업통들을 전진 배치하는 임원과 부서장 인사를 단행했다. 제대로 된 리스크 관리란 뭘까. 김 행장은 본인의 경험을 소개했다. “외환위기가 시작되기 8개월 전에 벌써 낌새를 알아차렸다. 화장실, 식당, 작업 현장 등 거래 기업을 샅샅이 돌아다녀 보니 느낄 수 있었다. 그 덕에 외환위기 때도 살아남은 유일한 지점장이 됐다. 리스크 관리는 책상에서 펜 대 굴린다고 되는 게 아니다.”
대부분 은행이 금융위기를 맡아 리스크 관리의 방편으로 여신 심사를 지점에서 본점으로 옮기는 등 본점 역량 강화에 힘을 쏟는 것과는 정반대의 전략인 셈이다 김 행장은 “현장에서 ‘전투’를 해 본 사람만이 현장의 중요성을 안다”며 “공개되는 재무 지표만으로는 리스크 관리는 물론 수익 창출에도 한계가 뚜렷하다”고 현장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런 현장 중심관은 은행의 역할론으로 이어졌다. 김 행장은 “은행이 비 올 때 우산을 뺏는다는 비난을 많이 듣는데, 공감 가는 부분도 있지만 그것만이 진실은 아니다”며 “하나은행의 지난해 중기 대출 만기연장률이 97%가 넘는 데서 보듯, 은행은 자신의 이해 관계 때문이라도 실물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실물이 죽는데 금융만 잘 나갈 수 없다. 금융은 실물의 그림자란 말도 있지 않나”며 “‘윈윈 관계’로 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3분기 통화옵션 상품 ‘키코’를 팔았던 태산엘시디(LCD)가 파산 위험에 빠지면서 8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이 사태는 하나은행의 리스크 관리 능력에 대한 심각한 회의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김 행장은 “너무나 뼈아픈 사건”이라며 “지난해 말 관련 충당금을 쌓아서 추가적인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은행은 지난해 하반기에 태산엘시디 관련 잠정 손실액 대비 80% 수준인 5천억원을 충당금으로 적립했다. 김 행장은 “선제적인 포트폴리오 관리의 성과는 점차 나타날 것”이라며 “오는 7월 정도면 은행간 우열이 가려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은행은 시중은행 중 건설업 등 경기민감업종 여신 비중이 가장 낮다. 그는 아울러 “점포 수는 적더라도 생산성과 효율성 부문에서 1등 은행이 될 수 있도록 다른 은행과 차별화하는 데 주력한다”고 덧붙였다. 글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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