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순차입금 비교
순차입금 33조…SK 17조 ‘최고’
국내 10대 그룹의 전체 ‘빚’ 규모가 1년 새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침체로 경영환경이 빠르게 악화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23일 재벌닷컴과 각 그룹에 따르면, 자산총액 기준 상위 10대 그룹 산하 비금융 상장회사들 77곳의 지난해말 현재 순차입금 규모는 모두 34조7808억원으로 2007년말(17조7351억원)보다 96% 늘어났다. 순차입금이란 기업이 금융권 등으로부터 꿔온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금액으로, 기업이 경영활동을 하며 순수하게 지고 있는 빚의 규모를 뜻한다.
국내 기업 가운데 지난해말 현재 순차입금이 가장 많은 곳은 에스케이(17조3436억원)였다. 에스케이는 1년 새 순차입금이 6조원 이상 늘어나 증가 규모도 가장 컸다. 특히 단기차입금만 1년 새 4조 이상 늘어나 6조377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그룹 전체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6조603억원)보다도 많은 수치다. 에스케이그룹 관계자는 “에스케이에너지가 인천정유를 합병하면서 인천정유의 차입금을 떠안은데다가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느라 차입규모가 늘어났다”며 “여기에다 환율 급등으로 인해 외화부채가 원화로 표시되면서 부채 규모가 크게 잡힌 것도 한몫 했다”고 말했다.
10대 그룹 가운데 순차입금 증가율이 가장 큰 곳은 지에스로, 비상장사인 지에스칼텍스를 포함해 지난해말 현재 모두 3조1658억원의 빚을 져, 1년 새 증가율이 821%나 됐다.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해말 현재 현금성자산(13조1561억원)이 총차입금(5조9545억원)보다도 훨씬 많았다. 하지만 순차입금은 1년 새 2조원 가량 늘어났고, 단기차입금은 3468억원에서 1조4953억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엘지그룹은 지난해말 현재 순차입금이 4조5806억원으로, 10대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2007년말(6조2100억원)보다 재무구조가 개선됐다.
최우성 이재명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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