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웹표준’ 동참…사용불편 ‘부메랑’으로
속도 빨라졌지만 알툴바·프린터 출력 ‘버벅’
‘익스플로러 추종’ 웹디자인 탓…손질 불가피
속도 빨라졌지만 알툴바·프린터 출력 ‘버벅’
‘익스플로러 추종’ 웹디자인 탓…손질 불가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19일 공개한 인터넷 익스플로러8을 5일간 사용해봤다. 익스플로러8에서 달라진 점과 함께 엠에스가 웹 표준을 따르겠다면서도 계속 지원 여부를 밝힌 액티브엑스로 인한 문제를 살펴본다.
■ 뭐가 달라졌나? 로딩 속도가 15% 정도 단축됐다지만, 체감 속도는 더 빠른 느낌이었다.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파이어폭스와 로딩 속도에서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동안 빠른 속도 때문에 파이어폭스나 구글 크롬을 선택한 이용자들을 되찾아오기 위한 엠에스의 개발 의도가 반영된 제품답다.
익스플로러8이 파이어폭스와 크롬의 빠른 속도만 벤치마킹한 것은 아니다. 갑자기 브라우저의 프로세스가 중단되었을 경우 종전의 사이트를 되살려주는 기능이나 피싱 사이트 경고, 주소창에서 도메인 강조, 탭별 색상 구별, 탭별 프로세스 독립된 진행 등의 기능이 부가되었다.
우려됐던 온라인 금융거래에는 문제가 없었다. 다만 브라우저를 바꾼 만큼 키보드보안 소프트웨어 등 액티브엑스 프로그램을 여러 차례 새로 깐 뒤에야 온라인 송금을 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인터넷 서점에서 카드 결제로 책을 구입하고, 멀티플렉스에서 온라인으로 영화를 예약하고 결제할 때도 새로 액티브엑스를 설치해야 했다. 결제 절차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영화 예약내용을 프린터로 출력하려니 에러 메시지가 떴다. 외국 뉴스사이트에서 프린트를 시도할 때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익스플로러7에서는 없던 문제였다. 똑같은 주소를 파이어폭스에 붙여서 실행하니, 문제없이 실행됐다. 한 이용자는 자신의 회사에서 사용하는 전자결제 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알려왔다. 이 회사가 사용하는 전자결제 시스템은 익스플로러6에 맞춰 개발됐기 때문에, 일부 액티브엑스 기능이 익스플로러8 환경에서 작동하지 않는 것이었다. 일부 포털에서 자그마한 결함들도 눈에 띄었다. 네이버 뉴스에 이용자가 올리는 기사 의견글에 달린 댓글은 항상 첫번째 줄이 깨져서 나타났다. 일부 이용자들은 포털의 일부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불편이 많아 익스플로러8을 설치했다가 다시 지웠다고 말했다. 특히 이용자들은 국내에서 1000만명이 넘게 설치한 알툴바를 익스플로러8에서 사용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불만이 높았다.
■ 웹 표준과 액티브엑스 엠에스 의존도가 높은 국내 웹 환경은 엠에스의 운영체제 및 웹 정책이 바뀔 때마다 홍역을 치르고 있다. 엠에스는 그동안 웹표준을 따르지 않은 브라우저를 보급해왔고, 국내 인터넷 업체들도 ‘익스플로러에서만 돌아가면 된다’는 식으로 웹을 운영해왔다. 강송규 엔에이포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는 웹표준을 따르지 않은 사이트들이 많아 새 브라우저가 나올 때마다 업체와 이용자들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익스플로러8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사이트를 만든 업체들은 추가 개발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액티브엑스를 사용한 국내 금융 사이트들이 익스플로러8 환경에서 무리 없이 구현되는 배경에는 금융감독원의 역할이 컸다. 금감원은 윈도 비스타 때 생긴 전자결제 혼란을 피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IE8 대책반’을 꾸려서 은행·증권·보험·카드 등 130여 금융사의 개발인력들을 모아 ‘익스플로러8 맞춤화 작업’을 해왔다. 이에 대해 익스플로러에서만 공인인증서를 발급하는 게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한 김기창 고려대 법대 교수는 “비스타 때에 이어 또다시 금융감독기관이 특정 업체의 하청업체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쪽은 “특정 업체 지원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뱅킹이 달라진 환경에서도 구현되도록 업체들의 대응을 지시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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