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유튜브 한국사이트 실명제 거부
댓글-동영상올리기 차단
댓글-동영상올리기 차단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인 구글이 한국에서 운영하는 사이트의 인터넷 실명제(본인확인제) 도입을 거부하고, 한국 국적의 이용자한테는 일부 서비스를 제한하는 조처를 내렸다.
구글코리아는 9일 유튜브코리아(kr.youtube.com)에 실명제를 도입하는 대신에 동영상 댓글 같은 게시물을 올릴 수 없도록 한다고 발표했다. 유튜브코리아는 이날 첫 화면 알림에서 “사용자들이 원한다면 익명성의 권리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며 “한국에서 댓글과 동영상 업로드(올리기)를 제한하며 업로드 기능이 없기 때문에 이용자들에게 본인 확인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튜브의 한글 사이트 이용자들은 동영상 등 게시물을 볼 수만 있고 직접 올리거나 댓글을 다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이로써 국내 이용자들은 자발적 참여가 핵심인 대표적 ‘웹2.0 서비스’에서 소외되고, 현 정부의 폐쇄적인 인터넷정책은 국제적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실명제 도입을 검토해왔으나 구글 본사는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 가치로 둬 전세계 어디에서도 실명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만 정부 규제에 굴복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번 조처의 배경을 설명했다. 인터넷 실명제는, 다중이 접속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용자가 글이나 동영상 같은 콘텐츠를 올릴 경우에는 실명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 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제도로, 현 정부는 정보통신망법 시행령을 개정해 기존 ‘하루 평균 방문객 30만 이상’인 적용 대상 사이트를 4월1일부터 ‘10만 이상’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유튜브코리아는 게시물을 올리는 기능을 스스로 차단함으로써 실명제 적용을 거부한 것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터넷 실명제를 적용하는 나라이고, 게시판 폐쇄를 통한 업체 스스로의 실명제 거부도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구글 본사의 레이철 웨트스톤 커뮤니케이션 총괄 부사장은 이날 구글코리아 블로그에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라는 글을 올려, “특정 국가의 법률과 민주적 절차의 부재가 구글의 원칙에 너무 벗어나, 해당 국가의 법을 준수하면서 사용자에게 혜택을 주는 사업을 도저히 영위할 수 없는 문제상황에 이르기도 한다”며 한국 정부의 인터넷 규제에 대해 에둘러 불만을 표시했다.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는 로그인할 때 세계 어디에서나 아이디와 이메일, 비밀번호만을 요구하며 구글의 아이디로 유튜브를 이용할 수 있게 해왔다. 한편, 구글은 한국 밖에 거주하는 한국어 사용자와 국내에 사는 외국인들이 유튜브에 콘텐츠를 올리는 것은 제한하지 않았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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