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통신업체 “무리한 정책 못따르겠다”
네이버·다음 등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 반대
SKT ‘와이브로 음성통화 기능 탑재’ 반기
“시장특성·변화와 동떨어져…비용도 부담”
SKT ‘와이브로 음성통화 기능 탑재’ 반기
“시장특성·변화와 동떨어져…비용도 부담”
통신·인터넷 업체들이 정부의 무리한 정책에 잇따라 ‘반기’를 들고 있다. 시장의 특성과 변화에 맞지 않고 이용자들의 권익을 저해하며, 기업에 부담까지 준다는 이유에서다. 업체들이 고객의 ‘정보 인권’ 보호와 투자 효율화 등을 앞세워 정부 정책에 불복종하는 사례도 잇따라, 정부 정책을 따르는 업체가 이용자들의 비난을 받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 등 150여개 인터넷 업체들은 9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를 통해 정부·여당의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인터넷 통신망에 감청장비 설치, 통신사실 확인자료 보관 의무화,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위치정보 추가, 정보·수사기관의 통신 감청 및 통신사실 확인자료 열람 사실을 업체가 당사자에게 통지하도록 하면서 비용까지 기업에게 떠넘기는 것 등이 국민의 정보인권을 침해하고 기업에게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이한성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수사의 효율성만을 지나치게 추구해, 국민의 기본권과 통신업체의 비즈니스를 지나치게 제약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와이브로에 음성통화 기능을 탑재해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도 해당 사업자들의 불복종으로 실효를 거두기 어렵게 됐다. 정만원 에스케이텔레콤(SKT) 사장은 9일 기자간담회에서 와이브로에 음성 기능을 넣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와이브로 서비스 반경도 서울과 수도권의 주요 도시로 좁혔다. 대신 와이브로와 함께 4세대 이동통신 세계 표준으로 선정된 ‘엘티이’(롱 텀 에벌루션) 기술 개발에 주력하기로 했다. 케이티(KT) 역시 와이브로 투자 확대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와이브로가 지역 서비스에 머물다 사라져갈 가능성이 커졌다. 에스케이텔레콤 관계자는 “현행 3세대 이동통신(WCDMA)을 이을 4세대 기술로 꼽히는 엘티이 방식이 조기에 등장하면서 와이브로 투자를 확대할 이유가 없어졌는데도 방통위가 와이브로를 고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은 인터넷 실명제 수용을 거부했다. 인터넷 실명제를 수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한국 사용자는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지 못하게 했다.
해당 기업들의 이같은 반발과 불복종으로 정부 정책은 권위와 실효성을 잃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를 따르는 업체들은 표현의 자유까지 침해하며 사업을 하는 ‘비겁자’라는 비판적인 평가를 누리꾼들로 받게 됐고, 와이브로 투자 활성화 방안 역시 방통위 홀로 외치다 마는 상황을 맞게 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 특성이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정책을 추진하는 데다가, 국민과 기업을 설득하고 공론화하는 과정마저 생략한 채 밀어붙이니 불복종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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