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택대출 잔액 추이
부동산 규제완화 등 영향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이 나오면서, 올 들어 2월말까지 두 달 동안 수도권 지역의 주택대출 잔액이 4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월 한 달 동안 전국에서 늘어난 주택담보대출액은 부동산 투기열풍이 불었던 지난 2006년 11월 이후 가장 컸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2월 중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동향’을 보면, 2월말 현재 예금은행의 주택대출 잔액은 258조5108억원으로 한 달 새 2조5035억원이나 늘어났다. 주택대출이란 일반 주택담보대출 뿐만 아니라 담보없이 이뤄지는 일부 주택관련 집단대출을 모두 포함한다. 무엇보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대출 증가세가 뚜렷했다. 올 들어 두 달 동안 수도권 지역의 주택대출 순증가 규모는 3조8298억원으로, 같은 기간 전국의 순증액(3조7751억원)보다 되레 많았다. 여타 지역에서는 대부분 대출잔액이 줄어들었지만, 수도권 지역에서만 그 규모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견주면 대출 증가속도가 더욱 빠르다. 지난해 1월과 2월 동안 수도권 지역에선 주택대출 잔액이 오히려 1조62억원 줄어든 바 있다. 특히 지난해 전체 기간 동안 수도권 지역의 주택대출 순증액은 모두 8조2775억원에 불과해, 올 들어 두 달만에 지난해 전체 순증액의 46.2%가 이미 늘어난 셈이다.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대출이 빠르게 늘면서 2월말 현재 전국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모두 244조7980억원으로 늘어났다. 한 달 새 3조3163억원이나 불어난 것으로, 2년4개월만에 최고치다.
한은 금융시장국 관계자는 “정부가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의 대책을 내놓으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현재 상황은 시장 경색이 조금 풀리면서 제2금융권의 기존 대출분을 상환하기 위한 대출도 늘어나고 있어, 주택대출 증가를 곧장 경기가 살아나는 신호로 해석하기는 섣부르다”고 말했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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