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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원가상승 치이고…MB물가 눌리고…식품업계 ‘겹시름’

등록 2009-04-21 13:50수정 2009-04-21 14:08

식품업계 매출 ‘1조 클럽’ 변화와 경영실적 추이(※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1조 클럽’ 기업 늘었지만 수익구조는 악화
밀가루·설탕· 등 물가불안 주범 몰려 속앓이
“윽박지르기만 해서야… 내수업조도 지원을”
지난 2월 말 열린 씨제이제일제당 주총에서는 한 50대 여성 주주의 항의로 머쓱한 상황이 빚어졌다. 그는 김진수 사장에게 “기업 순익이 250억원밖에 안 되는 회사가 무슨 사회공헌을 250억원씩이나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씨제이제일제당은 지난해 3조49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순익은 254억원에 그쳤다. 지난 5년간 순익은 대개 1300억~1500억원이었으나, 지난해 환차손이 2천억원가량 생기고 국제 곡물가가 치솟으면서 순익이 대폭 쪼그라든 것이다. 때문에 애꿎은 사회공헌 예산이 욕을 먹게 된 셈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1분기는 실적이 괜찮았고 사회공헌 예산은 연간 단위로 계획을 짜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주주를 애써 달래야 했다.

식품기업 등 대표적 내수 업종들이 고환율로 원가 상승 타격을 입은데다 정부의 강압적인 ‘물가관리’ 정책에 치이면서 겹시름을 앓고 있다. 수출 대기업들은 고환율로 인한 수익 개선과 정부의 세제지원 혜택이라도 누리는 반면, 이들은 정부 지원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20일 씨제이제일제당이 내놓은 주요 식품기업 경영실적 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 5년새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서는 기업은 5개에서 9개로 늘어났다. 이른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1조 클럽’이 두 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이처럼 외형은 급속도로 성장했으나, 내실은 좋지 않다. 지난해 상위 10개 식품업체의 매출액을 모두 합한 금액은 14조4321억원으로 2004년에 견줘 20%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의 영업이익을 합한 금액은 9361억원으로 2004년보다 9.8% 늘어나는 데 그쳐, 영업이익률은 5년새 7.4%에서 6.5%로 떨어졌다. 환차손 등이 반영된 순익은 2004년 6715억원에서 지난해 5382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특히 밀가루·설탕 등 대표적 식품소재 기업 3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합산이 259억원 적자였고, 곧 발표될 1분기 실적도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다보니 정부가 물가관리를 한다며 기업을 사실상 윽박지르는 등 수익 구조를 옥죄는 데 대한 업계의 반발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MB 물가지수’를 발표하고 52개 생필품목에 대한 가격 다잡기에 들어갔다. 밀가루, 분유, 설탕 등은 이 때문에 한바탕 파란을 겪었다.

분유업체들은 정부의 물가관리 정책이 기업의 수익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업계 1~2위인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은 물가 전쟁으로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들은 지난해 고환율로 유청분말 같은 주요 수입 원재료값이 40~50% 뛰면서 수백억 적자가 나거나 순익이 반토막 나는 등 수익구조가 대폭 악화됐다. 하지만 올 1분기는 상황이 엇갈린다. 지난해 1분기에 1700억 매출을 올렸던 매일유업은 올 1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2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것으로 파악돼 들뜬 분위기다. 여기엔 남양유업의 상대적 부진도 작용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1월 정부가 부가세 면제로 분유값을 5% 안팎 끌어내린 직후, 리뉴얼 제품을 내놓고 값을 9~13% 올렸다가 공정위 조사 등 된서리를 맞았다. 남양유업 쪽은 “경쟁사들도 지난해 4~5월 제품 리뉴얼로 가격을 올렸지만, 1위 업체로 눈치를 보다가 가격 인상이 늦어져 홍역을 치렀다”고 하소연했다.

밀가루와 설탕 같은 경우 기획재정부의 관련 업체 방문이 이뤄지는 등 물가 압박이 더 심했던 품목이다. 씨제이제일제당은 지난달 초 설탕 출고가격을 평균 15.8% 올리기로 했다가, 물가 불안 주범으로 몰리자 철회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정부가 정교하고 치밀한 시스템으로 물가관리를 하지 않고 내수기업을 윽박지르는 방식을 택하는 한 이런 소동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 소비자 물가지수 가중치를 보면, 엠비 물가지수가 집중적으로 압박한 설탕·밀가루·분유보다는 정부 대책이 미미한 사립대 등록금 같은 항목이 가계에 훨씬 더 큰 부담으로 떠오른 지 오래다. 식품업체의 한 임원은 “올해 경영 화두가 ‘생존’인 것은 모두 마찬가지지만, 정부·소비자의 매서운 눈길 아래 물가 줄타기를 해야 하는 게 더 어려운 점”이라며 “정부는 정말로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품목이 무엇인지 돌아보고, 물가 동결을 윽박지르기만 할 게 아니라 내수 업종에 대한 관심과 지원책도 동시에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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