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등 “명예훼손 사유 명확히 기재 요구해야”
포털들이 마구잡이 게시물 삭제를 하지 않기로 스스로 결정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는 21일 ‘장자연 리스트’처럼 실명이 거론된 명예훼손성 게시물에 대한 삭제 요청을 할 경우, 명예훼손 사유와 해당 게시물의 인터넷주소를 명확히 기재해 포털에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기구는 또 포털들이 임시조치(블라인드) 요청을 받은 때에도 ‘당사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침해가 예상되거나 명백한 불법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예외적이고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그 기준을 명확히 했다.
그동안 정부기관이나 일부 언론사는 특정 게시물을 지목하지 않은 채 ‘내 이름이 들어가는 모든 명예훼손성 게시물을 삭제해달라’는 식의 포괄적 요청을 남발해왔고, 포털은 게시물에 대한 내용 검토 없이 대부분 요청을 수용해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블라인드 처리해왔다. 현재 정보통신망법은 명예훼손을 주장하는 당사자의 요청이 있을 때 사업자가 ‘지체없이 삭제·임시조치 등의 필요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구체적 요건과 사후절차 등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자의적인 삭제가 이뤄져왔다. 이번 결정은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이달 초 ‘장자연 리스트’를 언급하면서 조선일보사 임원을 거론한 것에 대해 조선일보사가 관련 게시물이 올라온 포털에 대해 포괄적 삭제를 요청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번 결정은 지난 3월 출범한 인터넷자율정책기구의 첫 결정으로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7개 회원사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이 기구의 김창희 정책위원장은 “최근 인터넷 게시물의 책임만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표현의 자유와 책임이라는 두가지 축 모두를 지키기 위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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