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화장품 가게 직원이 일본어로 된 안내 간판을 들고 일본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일 관광객 넘실대는 거리 나가보니
백화점선 김 세트 사은품으로
호텔 룸서비스로 ‘막걸리’ 등장
구둣방들은 ‘엔화 환전’ 내걸어 27일 오후 1시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앞. 일본 오사카에서 온 회사원 마쓰야마 히로미(24)와 오베 아카네(24)는 백화점 쇼핑을 막 끝낸 참이었다. 이들은 히로히토 일왕의 생일인 29일 ‘쇼와의 날’부터 시작돼 5월5일 어린이날까지 공휴일이 5개나 이어지는 ‘골든 위크’를 앞두고 쇼핑 관광을 왔다. 일본은 주말과 공휴일이 겹치면 대체 휴무를 써서, 골든 위크 때 짧게는 7일, 길게는 열흘 가까이 휴가를 즐긴다. 마쓰야마는 “골든 위크가 시작되면 비행기표를 구하기도 어려운데다 찍어놓은 명품 가방이 다 팔릴까봐 아예 일찍 왔다”며 “20만엔(약 278만원)짜리 가방을 7만엔(97만원)이나 싸게 샀다”고 즐거워했다. 일본의 골든 위크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명동 상권이 ‘엔의 물결’로 술렁대고 있다. 3월 중순 이후 엔화 강세가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이번 골든 위크를 ‘엔 특수’의 절정으로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 백화점·호텔의 ‘¥’ 특수 명동 입구에 자리한 롯데백화점 본점은 엔 쇼핑이 시작되는 곳이다. 지난 주말, 한발 앞서 서울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 100여명은 백화점 셔터가 올라가기 전부터 정문 앞에 줄을 지었다. 통역안내 사원으로 일하는 이정임(23)씨는 “2~3월엔 손님들이 ‘일본인 반, 한국인 반’이었으니, 골든 위크에도 만만찮게 바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공재훈 홍보담당자는 “일본인 관광객들은 대개 오전 10시30분 백화점에 입장해 명품 쇼핑을 한 뒤 값비싼 물건은 호텔에 가져다 놓고 다음 쇼핑을 시작한다”며 “낮 12시~1시 이후엔 명동에서 점심식사와 발마사지, 길거리 쇼핑 등을 즐기고 오후 5시쯤 백화점 식품관에 돌아와 김치·젓갈 등을 사간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은 백화점 매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명품관인 롯데 에비뉴엘은 일본인 관광객 매출 비중이 평균 잡아 3~5%였지만, 엔 강세 특수가 달아오른 올해 1월에는 33%, 2월과 3월엔 각각 32%, 28%에 이르렀다. 연간 1조3600억원에 이르는 본점 매출의 10%는 일본인 쇼핑객에게 달린 셈이다. 서울 시내 백화점과 호텔들은 ‘엔맞이’에 부산하다. 롯데 식품관은 아예 골든 위크 특집전을 마련해 일본어가 유창한 판매사원을 배치하고 김치·젓갈 등을 10~30% 싸게 판다. 일본인용 쇼핑 사은품으론,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고급 김 세트를 맞춤해뒀다. 특급 호텔에선 난데없는 탁주 서비스가 등장했다. 일본에서 막걸리 열풍이 분 탓인데, 롯데호텔 한식당은 막걸리 3종을 맛보고 고르도록 해주고, 리츠칼튼은 동동주 룸서비스를 제공한다.
엔화 환율 변동과 일본인 쇼핑객 세금환급액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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