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수입와인 마진 최소화 선언
와인값 거품빼기일까? 부자 고객 낚시질일까?
신세계엘앤비(L&B) 여무상 대표는 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프랑스·칠레 등 9개국 와이너리 51곳과 직거래한 와인 260종을 7일부터 이마트와 백화점 매장에 선보인다”며 “현재 시중에서 99만원~130만원에 팔리는 샤토 무통 로트실드 2001년산을 최대 45% 싼 69만원에 판매하는 등 유통 마진 최소화를 통해 와인 가격의 거품을 걷어내겠다”고 밝혔다.
와인은 높은 세율로 통관을 끝내면 수입단가의 1.7배가 되는데다, 복잡한 유통 단계를 거치며 마진이 보태져 보통 수입단가의 3~4배 값으로 팔린다. 신세계 쪽은 “와인을 통해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유통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라며 “구학서 대표가 ‘신세계엘앤비는 이익을 남기지 않아도 좋다’고까지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보통 소비자들이 와인값 인하를 뚜렷이 체감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가 직수입한 와인 260종 가운데 80%는 기존 국내 시장에 존재하지 않아서 가격 비교가 불가능한 ‘신인 와인’들이다. 또 비교가 가능한 40~50종에 대해서는 “시중 판매가가 20만원 이상인 샤토 딸보(2006년산)급을 넘어서는 고가 와인들이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이는 구매력 높은 고객을 향한 미끼 상품 전략에 가깝다.
대형마트들은 점포수를 늘리는 입점 경쟁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고객 관심을 유도하고 구매 단가를 끌어올리는 상품군을 내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와인을 공략 상품군으로 점찍은 것도 이를 찾는 고객이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높은 쇼핑객이란 계산이 깔려있다.
유통 대기업들이 와인 시장을 통해 부자 고객을 붙잡으려는 샅바 싸움은 팽팽하다. 신세계는 지난해 12월 와인 수입사 신세계 엘앤비를 설립했고, 롯데는 올들어 롯데칠성음료가 두산 주류 사업부문을 인수합병하고 와인 수입사인 롯데와인판매도 계열사로 추가했다. 지난 3월 갤러리아백화점은 일반적으로 지하 식품관에 있는 와인매장을 지상 4층 남성복 매장 옆으로 끌어올리는 공격적 전략을 펼치기도 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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