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잠정 주택 판매지수 추이
[열려라 경제] 미국 부동산시장 진단&전망
버냉키 “주택시장 안정화 시작” 바닥론 무게
실러 예일대 교수 “반전은 결코 없을것” 반박 “앞으로 주택 가격이 ‘몇 년’에 걸쳐 꾸준하고도 ‘대폭적’으로 하락할 개연성이 높다.”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경제학)가 2007년 8월 <주택 가격과 소유의 최근 경향에 대한 이해>란 논문에서 이렇게 말할 때, 미국 주택 가격은 전년도 7월 고점에서 4.4% 낙폭에 그쳤다.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1989~1997년 주택 가격이 42%, 1988~1995년 영국 런던에서 47% 하락한 역사적 흔적을 더듬으며, “실제 주택 가격의 하락폭이 15%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2009년 2월, 하락폭은 30.6%로 대폭 커졌다. 이는 칼 케이스 미국 웰즐리대 교수(경제학)와 함께 실러 교수가 고안해 미국 주택 가격의 가늠자로 쓰이는 ‘에스앤피(S&P) 케이스-실러 지수’를 기준으로 뽑아낸 수치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실러 교수가 예측하면서 썼던, ‘몇 년’과 ‘대폭적’이란 표현에 2년이 흐른 지난 5일 모처럼 흐뭇한 표정으로 답을 내놨다. 그는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에 출석해 “지난 3년 동안 하락해왔던 주택시장이 바닥에 도달했다는 몇 가지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며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버냉키의 ‘선언’으로 두세 달 전부터 시장을 맴돌던 주택경기 바닥론은 거의 공식화하는 추세다. ‘주택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주장에 큰 힘을 실은 건 선행지표인 잠정 주택 판매지수였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부동산협회)가 4일 발표한 3월치 이 지수는 전달보다 3.2% 상승했다. 두 달 연속 상승세다. 낮은 가격과 8000달러의 세액공제, 4.8%로 떨어진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가 생애 첫 주택 구입자들을 주택시장으로 이끌었다는 분석들이 나왔다. 이는 1~2개월 시차가 존재하는 매매계약이 완료되는 4~5월 주택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를 낳았다. 신규 주택 판매량도 3월에 전달보다 0.6% 하락하긴 했지만, 2월엔 8.2% 급등했다. 1월 33만1000채로 바닥을 찍은 이후 2월 35만8000채, 3월 35만6000채의 새집이 팔렸다고 미국 통계청은 밝혔다. 다소 등락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희망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거래량 지표와 달리, 가격 지표는 여전히 낙관적 해석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미국 20개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을 나타내는 에스앤피 케이스-실러 지수는 지난 1월 2.8% 하락한 데 이어, 2월에도 2.2%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희망을 찾으려는 이들은 하락폭이 조금 줄어들었다는 데 주목한다.
실러 교수는 지속적인 가격 하락을 근거로 버냉키의 답이 ‘틀렸다’고 지적한다. 그는 6일 시사 주간 <타임>에 “주된 사실은 주택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멀리 내다봤을 때 경기가 조금 좋아지는 건지는 몰라도, 곧 부동산 시장이 반전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 과잉도 조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3월 기존 주택 재고량이 1.6% 줄어든 374만채를 기록했으나, 공급 과잉 우려로 신규 주택 착공과 건축허가 건수가 모두 감소했다. 또 3월 주택 압류건수가 한 달 전보다 5만채 증가한 34만1000채를 기록한 것은 모기지(주택 금융) 연체율 증가와 함께 한동안 공급 과잉을 부추길 전망이다. 그렇다면 주택 가격이 충분한 조정을 거친 것일까, 아니면 더 추락할 것인가? 키움증권은 7일 국제통화기금(IMF)이 2003년 펴낸 ‘버블이 터졌을 때’란 제목의 보고서를 인용해, 거품 붕괴시 실질 기준으로 주택 가격 하락률 27.3%, 하락 기간은 16분기 지속된다고 밝혔다. 미국의 주택 가격 하락률은 이미 더 큰 가격 조정을 겪었지만, 기간은 11분기 동안으로 짧게 지속됐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경제학)는 주택 가격이 2006년 고점 대비 44%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해, 2008년 2분기부터 5년 동안 주택 가격이 25%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점쳤다. 지난해 2분기부터 15.7% 하락한 상태여서, 앞으로도 37% 더 하락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제난을 불러온 미국 주택시장의 회복은 경제회복의 가장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다. 미국 의회 예산국은 2007년 1월 ‘주택 부와 소비 지출’이란 보고서에서 주택 가격이 10% 하락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최대 -2.2% 포인트 감소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 자산인 주택의 ‘부의 효과’ 감소로 국내총생산의 69%를 차지하는 소비가 크게 줄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의 조기 회복의 ‘거울’인 주택시장은 아직 흐릿하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실러 예일대 교수 “반전은 결코 없을것” 반박 “앞으로 주택 가격이 ‘몇 년’에 걸쳐 꾸준하고도 ‘대폭적’으로 하락할 개연성이 높다.”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경제학)가 2007년 8월 <주택 가격과 소유의 최근 경향에 대한 이해>란 논문에서 이렇게 말할 때, 미국 주택 가격은 전년도 7월 고점에서 4.4% 낙폭에 그쳤다.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1989~1997년 주택 가격이 42%, 1988~1995년 영국 런던에서 47% 하락한 역사적 흔적을 더듬으며, “실제 주택 가격의 하락폭이 15%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2009년 2월, 하락폭은 30.6%로 대폭 커졌다. 이는 칼 케이스 미국 웰즐리대 교수(경제학)와 함께 실러 교수가 고안해 미국 주택 가격의 가늠자로 쓰이는 ‘에스앤피(S&P) 케이스-실러 지수’를 기준으로 뽑아낸 수치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실러 교수가 예측하면서 썼던, ‘몇 년’과 ‘대폭적’이란 표현에 2년이 흐른 지난 5일 모처럼 흐뭇한 표정으로 답을 내놨다. 그는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에 출석해 “지난 3년 동안 하락해왔던 주택시장이 바닥에 도달했다는 몇 가지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며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버냉키의 ‘선언’으로 두세 달 전부터 시장을 맴돌던 주택경기 바닥론은 거의 공식화하는 추세다. ‘주택경기가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주장에 큰 힘을 실은 건 선행지표인 잠정 주택 판매지수였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부동산협회)가 4일 발표한 3월치 이 지수는 전달보다 3.2% 상승했다. 두 달 연속 상승세다. 낮은 가격과 8000달러의 세액공제, 4.8%로 떨어진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가 생애 첫 주택 구입자들을 주택시장으로 이끌었다는 분석들이 나왔다. 이는 1~2개월 시차가 존재하는 매매계약이 완료되는 4~5월 주택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를 낳았다. 신규 주택 판매량도 3월에 전달보다 0.6% 하락하긴 했지만, 2월엔 8.2% 급등했다. 1월 33만1000채로 바닥을 찍은 이후 2월 35만8000채, 3월 35만6000채의 새집이 팔렸다고 미국 통계청은 밝혔다. 다소 등락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희망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거래량 지표와 달리, 가격 지표는 여전히 낙관적 해석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미국 20개 주요 도시의 주택 가격을 나타내는 에스앤피 케이스-실러 지수는 지난 1월 2.8% 하락한 데 이어, 2월에도 2.2%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희망을 찾으려는 이들은 하락폭이 조금 줄어들었다는 데 주목한다.
실러 교수는 지속적인 가격 하락을 근거로 버냉키의 답이 ‘틀렸다’고 지적한다. 그는 6일 시사 주간 <타임>에 “주된 사실은 주택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멀리 내다봤을 때 경기가 조금 좋아지는 건지는 몰라도, 곧 부동산 시장이 반전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 과잉도 조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3월 기존 주택 재고량이 1.6% 줄어든 374만채를 기록했으나, 공급 과잉 우려로 신규 주택 착공과 건축허가 건수가 모두 감소했다. 또 3월 주택 압류건수가 한 달 전보다 5만채 증가한 34만1000채를 기록한 것은 모기지(주택 금융) 연체율 증가와 함께 한동안 공급 과잉을 부추길 전망이다. 그렇다면 주택 가격이 충분한 조정을 거친 것일까, 아니면 더 추락할 것인가? 키움증권은 7일 국제통화기금(IMF)이 2003년 펴낸 ‘버블이 터졌을 때’란 제목의 보고서를 인용해, 거품 붕괴시 실질 기준으로 주택 가격 하락률 27.3%, 하락 기간은 16분기 지속된다고 밝혔다. 미국의 주택 가격 하락률은 이미 더 큰 가격 조정을 겪었지만, 기간은 11분기 동안으로 짧게 지속됐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경제학)는 주택 가격이 2006년 고점 대비 44%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해, 2008년 2분기부터 5년 동안 주택 가격이 25%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점쳤다. 지난해 2분기부터 15.7% 하락한 상태여서, 앞으로도 37% 더 하락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제난을 불러온 미국 주택시장의 회복은 경제회복의 가장 중요한 지표 가운데 하나다. 미국 의회 예산국은 2007년 1월 ‘주택 부와 소비 지출’이란 보고서에서 주택 가격이 10% 하락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최대 -2.2% 포인트 감소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 자산인 주택의 ‘부의 효과’ 감소로 국내총생산의 69%를 차지하는 소비가 크게 줄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의 조기 회복의 ‘거울’인 주택시장은 아직 흐릿하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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