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이른바 ‘과잉 유동성’ 우려가 커지는 데 대해 현재 시중 유동성 수준은 과도하지 않다는 쪽에 다시 무게를 실었다.
한은은 21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제출한 ‘최근 금융시장 동향과 유동성 상황’이라는 자료를 통해 “시중 유동성이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정도로 과도하게 공급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4월말 기준 요구불예금·수시입출금식예금·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성 수신 자금이 무려 811조원에 이를 정도로 커진 데 따라 불거진 과잉 유동성 논란을 일단 반박한 것이다.
한은이 주목하는 것은 현재 금융시장에서 유동성과 관련해 서로 엇갈린 신호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현금 결제성 통화 위주의 협의통화(M1) 증가율은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정작 광의통화(M2) 증가세는 갈수록 둔화하고 있다는 게 그 본보기다. 한편으로는 단기 부동자금이 지나치게 늘어 경제의 불안정성을 높일 여지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자금이 경제 전 부문으로 고루 스며들지 못할 만큼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아직까지 한은은 두번째 신호에 좀더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한은은 “(시중 단기자금이) 앞으로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장기 생산적인 자금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유동성 증가가 인플레이션 압력이나 자산가격의 전반적 상승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어 “다만 단기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에 대해선 계속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시중 유동성 자금과 관련해, 중복 산정한 부분은 가려내고 기업과 개인의 유동성도 분리해서 봐야 한다”며 “꼼꼼히 챙기고 점검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최우성 황준범 기자 morg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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