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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나도 ‘부산 소주’ 아이가

등록 2009-05-29 08:03수정 2009-05-2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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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로 간판 바꾼 ‘처음처럼’ 부산민심 공략
80년 향토기업 대선의 ‘대표주’ 아성에 도전
유통망·자금력 막강…진로·금복주 등도 긴장
다음중 가장 무서운 동물은?

①사자 ②곰 ③용 ④갈매기

이런 질문을 받으면 대개는 ①~③번을 고른다. 하지만 씩 웃음을 머금고 ④번을 고르는 사람들이 있다. 부산 사람들이다. 부산 사직구장에 들어서면, 롯데 야구에 광란하는 ‘부산 갈매기’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된다는 유머다.

두산에서 롯데로 소속사를 바꿔단 ‘처음처럼’이 롯데 자이언츠를 아끼는 부산 민심을 업고 시장 공략에 나섰다. 롯데는 지난달 4일 부산 사직구장 프로야구 개막전에서부터 ‘처음처럼’ 광고를 대대적으로 펼쳤다. 이어 부산 주요 상권에 판촉 요원 200여명을 풀어 한달째 공짜 소주를 돌리고 있다. 부산·경남은 전체 소주 시장에서 17% 비중으로, 47%인 수도권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롯데가 ‘절대 강자’ 진로를 따라가려면, 부산·경남은 꼭 잡아야 할 거점시장이다.

최근 16.7도 ‘봄봄’을 선보인 ‘부산지역 강자’ 대선주조는 여성 판촉요원들을 동원해 부산 중심가에서 ‘살랑살랑~봄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대선주조 제공
최근 16.7도 ‘봄봄’을 선보인 ‘부산지역 강자’ 대선주조는 여성 판촉요원들을 동원해 부산 중심가에서 ‘살랑살랑~봄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대선주조 제공

그러나 ‘시원소주’와 ‘화이트 소주’로 부산·경남에서 맹주 노릇을 하는 대선주조와 무학이 당장 방어전에 나섰다. 소주는 지역마다 ‘자도주’로 불리는 술이 따로 있고, “우리가 남이가?”라는 논리가 곧잘 통한다. 지난해 말 대선과 무학의 부산·경남 시장 점유율은 70~80%로 처음처럼의 0.4~0.5%에 견줄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롯데는 막강한 자금력과 유통망을 겸비한 적수다. 대선과 무학은 최근 100여명씩 판촉 요원을 풀어 롯데의 공세에 맞서고 있다. 부산 기장군에 사는 정아무개(39·회사원)씨는 “요즘 시내 술집에선 소주 판촉 행사가 유난히 잦다”며 “나도 무학에서 나온 ‘소주 맛이 좋다카이’를 공짜로 한병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롯데와 대선 사이에는 ‘부산 갈매기’의 적통을 따지는 신경전이 팽팽하다. 대선은 80년 가까이 부산 향토기업으로 자리매김해왔다. 1970년대 양조장 통폐합으로 소주 ‘1도1사’ 체제가 자리잡자, 자연스레 부산 대표가 됐다. 서울 사람들이 참이슬이나 처음처럼에 익숙한 것처럼, 부산 사람들은 대선의 시원소주를 마신다. 대선이 외환위기 직후 부도가 났을 땐, 부산 시민들이 대선 살리기에 팔을 걷었을 정도다.

하지만 롯데도 프로야구단 연고지를 부산으로 둘 만큼 부산·경남을 홈그라운드로 여기는 기업이다. 롯데주류비지는 서울에 본사가 있지만 지난달 600명 직원 전진대회를 부산에서 열었다. 처음처럼 판촉 요원인 이권영(25)씨 역시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다니며 부산과 한 식구임을 강조한다. 이씨는 “프로야구 시즌이라 부산 사람들이 자이언츠 유니폼에 반색을 한다”며 “처음처럼이 ‘새 식구’라는 점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산 대표를 자부하는 롯데와 대선이지만, 실은 둘다 부산 민심에 생채기를 낸 업보가 있다. 시원소주와 롯데우유가 부산 시민단체의 불매 운동에 휘말린 게 바로 지난해 일이다.

롯데주류비지의 판촉요원들은 지난달 말부터 부산 중심 상권에서 롯데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공짜 소주를 돌리면서 ‘처음처럼’을 알리고 있다.  롯데주류비지 제공
롯데주류비지의 판촉요원들은 지난달 말부터 부산 중심 상권에서 롯데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공짜 소주를 돌리면서 ‘처음처럼’을 알리고 있다. 롯데주류비지 제공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동생 신준호 푸르밀(옛 롯데우유) 회장의 차남은 대선 사주 맏딸과 결혼을 했다. 대선이 2004년 적대적 인수합병에 휘말리자, 신 회장 일가가 지분을 사들여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부산 민심은 이때까지만 해도 지켜보는 쪽이었다. 하지만 신 회장 쪽이 지난해 국내 사모펀드에 대선을 팔아넘기자 ‘먹튀’행각이라는 비난이 일었다. 대선은 공적 자금 2500억원을 받아 회생한 기업인데, 신 회장 일가가 시세차익 3천억원을 독식하고 부산을 등졌다는 것이다. 그 여파로 부산시는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 등을 박탈하는 조례까지 만들었을 정도다. 신준호 회장은 2년 전 계열 분리로 롯데그룹과 법적 고리를 끊었지만, “롯데는 부산서 돈 벌어 타지로 빼간다”는 해묵은 반감을 부추긴 셈이 됐다.

한편 부산·경남에서 불붙은 소주 전쟁이 전국 규모로 번질 가능성도 보인다. 처음처럼은 진로 참이슬과 함께 전국 시장을 겨냥하는 브랜드다. 부산에선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지만, 부산 공략에 성공하면 중앙무대의 대기업 소주가 자도주 시장의 아성을 흔들었다는 의미도 부여된다. 부산·경남에 이웃한 경북 금복주 등 자도주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는 이유다.

롯데주류비지 김윤종 마케팅팀장은 “기존 주력 시장인 서울·경기·강원도에 역량을 더 쏟아붓고 애초 점유율이 1%도 안되던 부산·경남을 10%대로 끌어올리면 연말쯤 전국 점유율을 11%에서 15%대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서울은 올들어 4~5% 성장했고, 부산도 시장을 두들기자 반응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진로도 롯데의 전쟁을 그저 남의 일로만 여기기는 어렵다. 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진로의 시장 지배력도 낮아지는데, 롯데가 남쪽에서 북으로 치고 올라올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그룹 이규철 상무는 “소주는 지역색이 강한 시장이라, 롯데가 부산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 주목하고 있다”며 “롯데 경영 스타일이 파죽지세형은 아니지만 유통망과 자금력이 막강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긴장을 풀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세라, 부산/신동명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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