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구조조정 방식
페이퍼컴퍼니 세워 삼화왕관·두산DST 등 처분
두산인프라 ‘밥캣 리스크’ 상당부분 해소될 듯
두산인프라 ‘밥캣 리스크’ 상당부분 해소될 듯
두산그룹이 재무적투자자와 함께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비핵심 4개 계열사의 지분을 처분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유동성 확보에 나선다. 지분 처분 대상은 삼화왕관을 비롯해 방위산업 전문업체인 두산디에스티(DST), 패스트푸드점 버거킹을 운영하는 에스아르에스(SRS)코리아, 한국우주항공산업(KAI) 지분 등이다. 두산은 미래에셋맵스, 아이엠엠(IMM)프라이빗에쿼티 등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과 함께 자본금 5500억원 규모의 특수목적법인(SPC)을 만들어 이들 계열사 지분을 넘기기로 했다.
특수법인에는 두산 51%, 재무적투자자 쪽에서 49%씩 출자하며, 약 2300억원 규모의 은행 차입도 일으킬 예정이다.
3일 두산그룹은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두산인프라코어는 계열사였던 두산디에스티와 한국우주항공산업 지분을 판 돈 63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해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DII)이 겪어온 재무 불안을 상당 부분 해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두산은 주력 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가 미국의 건설장비 제조업체인 밥캣을 인수하면서 생긴 이른바 ‘밥캣 리스크’로 불리는 재무 불안설에 시달려왔다. 두산그룹은 지난해와 올해 초 테크팩, ‘처음처럼’ 등 주류부문 매각을 통해 9천억원대 현금 흐름을 확보했으나, 한때 주채무계열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으로 오르내리며 지속적인 구조조정 압박을 받아왔다.
두산그룹은 이날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이 채권단으로부터 융자 조건 완화도 허락받았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경기 불황 속에서 에비타(EVITDA·법인세 등 차감전 영업이익) 대비 부채 비율을 현행 7배에서 내년 이후 2012년까지 6배, 5배 이하로 줄여가야만 하는 부담이 컸다. 하지만 이번 계약 변경으로 현행 조건을 계속 유지하면 된다.
두산 쪽은 이번 구조조정 방식의 이점으로, 인수합병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계열사와 투자 지분을 헐값에 팔아넘기지 않고도 당장에 필요한 현금흐름으로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두산이 지분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에 출자했기 때문에 지분매각을 한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3년 뒤 재무적투자자 쪽에서 지분 매각을 원하면 경영권을 담보한 지분까지 함께 끼워 매각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이들 계열사의 경영실적과 주가 향방에 따라 경영권은 유동적이다.
하석원 우리투자증권 인베스트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두산이 흔치않은 방식으로 재무적 투자를 확보해 빠르게 구조조정을 해냈다”며 “현금흐름은 확보하되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가 인수합병 시장이 풀리면 회사가치를 높여서 팔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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