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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세계가 ‘비빔밥 외식’ 즐기는 그 날까지…

등록 2009-06-11 20:12

최복이 본브랜드 연구소장(44)
최복이 본브랜드 연구소장(44)
‘외국 가맹점’ 노크하는 최복이 본브랜드 연구소장
‘본죽’ 1000호점 돌파
이젠 한식 세계화 꿈
올 중국진출 확대계획

“4년간 5개국서 쓴맛
수업료 톡톡히 냈죠”

‘꿈꾸는 죽장수’ 부부가 비빔밥을 들고 세계로 간다.

죽집 프랜차이즈 ‘본죽’ 상차림을 디자인하는 최복이 본브랜드 연구소장(44)은 최근 중국인들의 입맛이 가장 큰 관심사다. 지난해 10월 중국 광둥성 둥관시에 첫 점포를 낸 데 이어, 오는 19일 중국 4호점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해 전 외국인들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문턱인 인천공항에 ‘본죽 & 비빔밥 카페’ 프리미엄 점포를 냈다. 시험을 거친 한식 밥상은 이제 중국 땅에 펼쳐진다.

본죽은 2002년 창업한 지 6년8개월 만인 지난달 국내 1000호점을 돌파했다. 치킨집이나 제과점이면 몰라도, 한식 프랜차이즈로 이런 실적을 낸 것은 처음이다. 아픈 사람이나 아기, 노인들이 먹는 음식으로 여겼던 죽을 어엿한 한끼 식사로 만든 것도 특별한 업적이다.

하지만 죽장수의 꿈은 여전히 미완성이다. 세계인의 외식 메뉴에 ‘한식’을 올려놓겠다는 다부진 소망은 이제 밑그림만 그렸다. 최 소장은 “지난 4년 동안 5개국에서 한식 프랜차이즈의 가능성을 시험했지만, 돈과 사람을 잃는 수업료를 톡톡히 치렀다”고 말했다. 실제 2005년 7월 일본 도쿄 아카사카점을 시작으로, 미국·베트남·말레이시아 등에 10여개 점포를 직영·가맹으로 냈다. 하지만 현지 임대계약법에 어두워 손님이 줄 서는 가게자리를 뺐기거나 최 소장의 시동생 부부가 사고로 숨지는 비극적 사건도 겪어야 했다.

최 소장은 “쓴맛도 보고 슬픔도 거치면서 ‘본’ 브랜드를 들고 어떻게 외국으로 나가야 할지 방향과 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본브랜드는 올해를 ‘한식 세계화’원년으로 삼고 중국을 전략 국가로 택했다. 세계인의 밥상에선 무명에 가까운 한식을 외식 사업으로 하려니, ‘한류’의 문화적 힘이 눈에 들어왔다. 중국은 드라마 <대장금> 덕분에 한식에 대한 이미지도 좋았다. 또 롯데마트 같은 우리 유통기업들이 중국 진출에 한창인 점도 사업 기회가 됐다. ‘본죽 & 비빔밥’ 카페는 지난 1월 롯데마트 베이징점에 들어갔고, 이들이 점포를 늘리면 자연스레 가맹점을 확대할 계획도 잡고 있다.



최 소장은 외국 가맹점 사업에서 교민이 아닌 현지인 입맛과 식문화에 맞춘 메뉴를 개발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본브랜드 연구소는 본죽, 본비빔밥, 본국수 대청에 이어, 올 하반기 네번째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 현지인 입맛에 맞는 외식 가맹 사업을 하려면 두 가지 이상의 브랜드를 섞는 게 가장 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린 까닭이다. 중국인들의 식문화는 여럿이서 회전식 원판에 다양한 음식을 올려놓고 두루 맛본다. 그래서 중국 현지 가게들은 각종 죽, 비빔밥 등 세가지를 골라 담게 한 세트 메뉴가 특징이다.

그러나 한식에 대한 낮은 인지도는 넘어야 할 장벽이다. 최 소장은 “한식에 대한 우리 자신의 착각이나 편견을 새록새록 깨닫는다”고 말했다. 본브랜드는 지난달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외식산업·식자재 박람회에 한식 프랜차이즈로는 처음으로 참가했다. 하지만 한식 알리기의 어려움은 절절했다. 그는 “대한항공이 비빔밥 메뉴를 선뵌 지 오래라, 외국인들의 비빔밥 인지도가 어느 정도 되리라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며 “외식산업에 관심이 큰 사람들인데도 100명이면 5~6명 정도만 비빔밥을 알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죽장수 부부는 처음 죽집을 낼 때도 엉뚱했다. 서울 대학로 뒷골목에 죽집을 내면서 브랜드 표기엔 영어와 일본어를 함께 넣어 기업이미지(CI) 작업을 했다. “작은 죽집 하나 내면서 무슨 폼을 그렇게 잡아?”란 소릴 들었지만, 메뉴에도 일일이 영어와 일본어를 써넣었다. 결국 그런 폼잡기는 이제 ‘한식 세계화’ 꿈으로 영글었다. 본브랜드 연구소는 비빔밥 매운맛을 등급화 했고, 외국인들이 의외로 좋아하는 간장 비빔밥도 메뉴화했다. 씨제이제일제당과 대상 같은 식자재 기업들이 고추장 매운맛을 등급화하는 등 한식 요리법을 표준화하는 기반이 확대되는 것도 큰 힘이다.

“어느 나라든 가족이나 연인끼리 외식을 나갈 때면 나라별로 메뉴를 골라요. ‘중국집이나 일식집 갈까?’ ‘인도나 타이 음식점? 이탈리안 레스토랑?’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식집은 어때?’라고 말하는 날이 올까요?” 그게 바로 본브랜드 연구소를 이끄는 죽장수의 꿈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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