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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국인이 일본가서 글로벌기업 키운 사연…

등록 2009-06-15 19:32

우리나라에서 못 받던 투자를 일본에서 받아 사업을 일구고 있는 최원근 더블유스코프 대표이사가 15일 충북 오창 공장에서 자사 제품인 분리막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못 받던 투자를 일본에서 받아 사업을 일구고 있는 최원근 더블유스코프 대표이사가 15일 충북 오창 공장에서 자사 제품인 분리막을 소개하고 있다.
매출 200억 ‘더블유스코프’, 투자 못받아 일본서 창업
최원근 대표 “소재·설비분야 투자는 정부가 나서야”
“주문은 잔뜩 밀려 있는데, 공급이 모자라서 걱정입니다.”

충북 오창 외국인투자단지에 있는 ‘더블유스코프 코리아’는 리튬이온 전지의 핵심부품인 분리막을 만드는 업체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세계적으로 리튬이온 전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15일 공장에서 만난 최원근 대표이사는 “24시간 내내 공장을 돌려도 공급을 전부 대기엔 모자란다”고 말했다.

리튬이온 전지는 노트북·휴대전화뿐만 아니라 자동차 등 다른 산업분야에서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제품이다. 그러나 여기에 들어가는 분리막은 일본의 아사히·토넨 등 몇몇 업체들이 생산을 독점해왔다. 국내에선 대기업인 에스케이(SK)가 자체 개발해 최근 양산을 시작했으나, 2년 넘도록 토넨으로부터 특허소송을 당하는 등 ‘텃세’에 시달린 바 있다. 이런 험한 시장에 직원 50여명 규모의 중소기업인 더블유스코프가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미 미국의 주요 전지업체인 ‘A123’의 가장 큰 공급자가 됐으며, 올해 3월 매출 100만달러를 달성하면서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매출은 지난해 50억원에서 올해 200억원으로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 회사가 외국인투자단지에 입주해 있는 ‘외국기업’이라는 사실이다. 일본에 있는 본사 ‘더블유스코프’가 우리나라에 지은 생산법인이다. 최 대표는 두 회사 모두의 설립자이자 대표이사로, 우리나라 사람이 만든 일본기업이 다시 우리나라에 투자를 한 셈이다. 이처럼 독특한 회사 형태는 최 대표이사의 ‘아픈 경험’으로부터 비롯됐다.

삼성전자에서 일할 때 세계 최초 17인치 엘시디(LCD) 모니터를 상업화하는 사업을 성공시키는 등 ‘기획통’이었던 최 대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분리막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술력을 갖춘 엔지니어 동료들이 있었기에 ‘투자만 받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투자 유치는 생각보다 힘들었다.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 중소기업들에게 사업자금을 빌려주는 기관들을 찾아다녔으나 반응은 냉담했다. “‘삼성·엘지 같은 대기업들도 만들기 어려운 제품인데, 중소기업에서 만들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어요.” ‘사기꾼’ 취급도 여러 차례 당했다. 은행·벤처캐피탈 등 금융권에서는 단기간에 수익을 뽑을 수 없다며 관심을 두지 않았고, 대기업들은 투자보다는 ‘우리 회사에 들어와서 해보라’는 제안만 했다.

그러던 가운데 뜻하지 않게 일본에서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일본 가나가와 현에 위치한 벤처캐피탈 쯔나미가 선뜻 1천만달러를 투자한 것이다. 다른 벤처캐피탈들과 미쓰이·히다치 등 대기업들, 심지어 가나가와 현청까지 투자에 나서 전부 3천만달러가 모였다. ‘이참에 글로벌 기업을 만들자’고 생각한 최 대표는 아예 일본에 본사를 만들어 투자 유치와 영업을 맡도록 하고, 국내에 생산법인을 만들어 기술개발과 생산을 맡도록 했다.

“일본 금융권과 대기업들은 투자를 할 때 ‘산업을 키우겠다’는 사명감이 엿보입니다. 전체 투자액 가운데 일정 부분은 꼭 멀리 내다보고 ‘씨앗을 뿌리는’ 사업에 붓죠.” 그는 “소재와 설비 분야는 단기간에 수익내기 어려운 사업이지만 우리나라 기술력이 경쟁력이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기금을 만드는 등 적극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래선 30여군데로부터 제품 인증을 받은 더블유스코프는 아직까지도 국내에선 투자를 유치하지 못했다.

오창/글·사진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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