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카그룹이 운항중인 대우조선의 여객선. 대우조선 제공
‘크루즈를 향하여.’
대우조선해양이 극심한 수주불황 속에서도 여객선(페리선) 2척을 새로 수주하며 ‘크루즈의 꿈’에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대우조선은 26일 “그리스 여객선사인 아티카그룹으로부터 여객선 2척을 2억달러에 수주했다”고 밝혔다. 길이 145m, 폭 23m로 2400명의 승객과 450대의 차량을 싣고 26노트(시속 약 48㎞)의 속도로 운항할 수 있는 이 초대형 쾌속여객선들은,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건조돼 2012년 1분기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으로 대우조선은 지난 1994년 이래 모두 9척의 여객선을 건조하게 됐다. 특히 그리스 최대 여객선 선사인 아티카그룹으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이제까지 5척을 수주받은 점에 고무된 대우조선 쪽은 “우리의 기술력으로 꿈의 크루즈선을 건조할 날도 멀지 않았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남상태 사장의 지시에 따라 대우조선엔 2년 전 전문가 15명을 모아 여객선 추진팀을 구성한 상태다. 이 팀은 여객선의 수주나 설계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크루즈선 기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국책 과제 및 산·학·연 과제도 맡고 있다. 지난해 4월엔 서울대와 함께 크루즈선 건조를 위한 핵심기술 공동개발에 들어갔다.
크루즈 건조는 전형적인 서구식 문화인 탓에 전통적으로 유럽쪽 조선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주력이었던 상선시장의 위축에 따라 새로운 고부가가치 시장 진입을 모색하는 국내 업체들로선 외면할 수 없는, 매력적인 분야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고급 인테리어 기자재 산업, 건설 등 연관산업에 대한 파급효과가 크다”며 “무엇보다 상선 분야에서 한국 업체들을 무섭게 따라오는 중국과 격차를 벌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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