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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외면당한 무선인터넷 ‘IT한국’ 위상 흔들

등록 2009-07-30 20:36수정 2009-07-31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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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할 정도로 과도한 데이터요금·콘텐츠 빈약
일별·주별 상한제 등 합리적 요금체계 만들어야




초고속 인터넷에서 앞서던 한국이 무선인터넷 서비스에선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있다. 모바일용 콘텐츠가 빈약하고, 이용 요금이 비싸 소비자가 외면하는 까닭이다. 4700만 가입자로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이동통신회사들은 가입자당 데이터 매출을 늘려 새 성장동력을 키워야 하는데, 음성통화 중심의 매출 구조를 벗어나지 못해 고민이 깊다. 더욱이 국내 음성통화 요금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결과가 나와 요금인하 압박까지 거세다. 제대로 된 모바일 데이터 이용환경을 만들어오지 못한 이통사의 ‘판단 착오’가 원인이다.

시장조사회사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가 최근 세계 175개국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전세계 이통사들의 올해 1분기 매출액에서 데이터 매출 비중은 평균 25.3%로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반면에 국내 이통3사의 데이터 매출 비중은 15.7%로, 세계 평균보다 10%포인트가 낮다. 모바일 인터넷이 세계적 추세이지만, 국내 이통사의 데이터통신 매출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의 경우 올해 1분기 가입자 1인당 데이터 매출은 8988원으로, 2006년과 2007년의 1만1000원대에 비해 20%가 줄어들었다. 케이티(KT)와 엘지텔레콤(LGT)도 마찬가지다. 데이터통신에 적합한 3세대 통신망을 일찍 구축해 2000만명 넘게 가입했지만, 국내 이용자들은 무선인터넷을 외면하고 있다. 영상통화도 홍보만 요란했지 실제 이용은 미미하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2012년이면 전세계 인터넷 접속의 절반 이상이 모바일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지만, 국내에선 이런 흐름을 읽기 힘들다. 전세계 휴대용단말기 판매량 가운데 스마트폰 비중은 갈수록 늘어나 올해 1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은 1%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부·여당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는 하다. 임태희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5월 당 정책위의장을 마치면서 “유선인터넷 1등 국가인 한국이 무선인터넷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세계적 추세가 된 무선인터넷을 활성화하지 않으면 한국은 정보기술(IT) 열등국으로 떨어진다”고 개탄한 바 있다.

근본적인 문제는, 무선인터넷이 쓰기 불편하고 요금이 비싸다는 데 있다. 지난 3월 방송통신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행정안전부가 합동으로 내놓은 ‘모바일 인터넷 활성화 계획’은 국내 이동통신사의 정책을 무선인터넷 활성화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통사가 독점적으로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과다한 요금을 물리고 복잡한 패킷 요금구조로 이용요금을 예측할 수 없게 하고 있다.

패킷 요금제는 복잡함을 넘어 황당한 수준이다. 1패킷(0.5KB)에 4.5원(텍스트 기준)으로 데이터 요금이 책정돼 있지만, 이용자들이 내는 요금은 제각각이다. 이통사와 요금제에 따라 패킷 요금은 1500배가 차이 난다. 정액제 상품에 가입한 이용자한테 주는 혜택을 고려해도, 들쭉날쭉한 패킷 요금체계는 수요 창출의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외국과의 요금제를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모바일 요금의 특성은 더 잘 드러난다. 보다폰, 티모바일, 오렌지 등 영국의 이통사는 고객이 별도의 데이터요금제에 가입하지 않아도 하루에 부과할 수 있는 데이터 요금 상한선을 두고 있다. 이들 3사의 데이터요금 하루 상한선은 1000~3100원이다. 한국에는 하루나 주 단위의 데이터 요금 상한선은 없고, 월 15만원 한도만 있다. 무선인터넷이 활성화한 나라에서는 데이터 요금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용자가 과다한 요금을 낼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없애, 누구나 부담 없이 데이터 통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국내에서 스마트폰이 활성화하지 못한 까닭도 합리적인 요금체계가 없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일반 휴대전화 사용자는 무제한 데이터 정액제(한달 2만6000~2만7000원)에 가입할 수 있지만, 정작 데이터 이용이 많은 스마트폰 사용자는 이 상품에 가입할 수 없다.

국내 이통사들이 제대로 된 무선인터넷 상품을 제공하지 못하고 과도한 요금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일별·주별 상한제와 같은 안전판을 도입하지 않은 결과는 이용자의 외면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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