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3위 에이서, 8년만에 재진출…노트북 5종 선보여
“외국산 피시 1위 목표”…적극적 브랜드 마케팅 예고
“외국산 피시 1위 목표”…적극적 브랜드 마케팅 예고
“품질과 가격만으로 시장의 문은 안 열린다. 브랜드파워가 있어야 한다.”
‘세계의 피시(PC) 공장’ 대만 업체들이 전략을 바꿔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하며 한국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에이서는 20일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한국 진출 행사를 열어 다음달부터 5가지 노트북 제품을 내놓는다고 밝혔다. 에이서는 넷북 판매 세계 1위 업체로, 휼렛패커드와 델에 이은 세계 3위의 피시 제조업체이지만 국내에선 지명도가 낮다. 2001년 한국에서 철수한 탓이다. 8년 만에 다시 우리나라에 들어온 에이서는 달라졌다. 봅 센 에이서 동북아시아지역 대표는 이날 “과거 한국에서의 마케팅 전략이 잘못됐다”며 “2000년까지는 생산에만 주력해왔으나, 이후에는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3년 안에 외국산 피시 1위가 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예고했다. 에이서는 세계 피시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며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엔 166억달러의 매출과 4억288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각각 20%, 30% 성장한 실적이다.
지난해 국내에 진출한 대만의 엠에스아이(MSI)도 하반기에 지상파와 극장 광고 등을 통해 브랜드 마케팅을 본격화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2007년 처음으로 넷북을 내놓은 아수스도 국내 마케팅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
대만 기업은 전세계 피시에 사용되는 주기판의 95% 이상을 공급하고 노트북의 90%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공급돼, 국제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 특히 국내에서는 자국 상표에 대한 선호와 판매망·서비스에 밀려 대만 업체들의 존재감이 약하다. 예를 들어 아수스는 국내 넷북 시장을 개척했지만, 삼성·엘지가 뛰어들자 힘을 못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디시(IDC) 집계로는, 올해 1분기 국내 넷북 시장에서 판매는 삼성전자와 엘지전자가 각각 5만4000대, 2만6000대로 1~2위를 차지하고 있고, 아수스는 1만3120대로 3위다.
임태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하드웨어 경쟁에서 높은 생산기술과 낮은 비용 구조를 갖추고 있는 대만업체로 피시 주문이 몰리고 있다” 며 “하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브랜드 없이 생산 기술력만 갖고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평가했다. 수많은 중소기업이 생태계를 이뤄 부품조달과 아웃소싱에 최적지이지만, 글로벌 브랜드 파워가 약한 게 한계라는 것이다. 임 연구원은 “피시산업처럼 성숙시장에서는 마케팅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넓히려 해도 많은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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