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가격 인하효과 없이 소매업자 경쟁만 가열”
주유소협회, 중기청에 사업조정 신청 등 규제 요구
주유소협회, 중기청에 사업조정 신청 등 규제 요구
퇴근시간인 저녁 8~9시께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이마트 구성점 앞 진입로에는 자동차 행렬이 길게 늘어선다. 이마트 구성점이 주차장 부지에 설치한 셀프 주유소에 가기 위해 기다리는 차들이다. 주변 주유소보다 기름값이 낮아, 5~10분을 기다리더라도 이곳에서 기름을 넣으려는 사람들이 몰린다. 3일 현재 이마트 주유소에서는 ℓ당 휘발유를 1626원에, 경유를 1403원에 파는 반면, 1㎞도 채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같은 브랜드의 기름을 파는 ㅁ주유소의 가격은 각각 1712원, 1508원이다. ㅁ주유소 관계자는 “1년 전에 ℓ당 100원이나 나던 차이를 간신히 80원대 차이로 만회한 것”이라며 “이젠 더이상 가격 차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형 슈퍼마켓’(SSM) 논란과 맞물려 대형마트 주유소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대형마트 주유소는 기름값 인하를 위한 정책에 따라 도입된 제도이기 때문에 중소상인 보호를 위한 기업형 슈퍼 규제 논의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주유소협회는 “대형마트 주유소는 실제로 기름값을 떨어뜨리지 못했으며, 오히려 소매업자 경쟁만 유도해 지역경제 악순환의 매개 구실을 하고 있다”며 규제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날 주유소협회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이마트 구성점 주유소가 들어서기 직전인 지난해 5월 용인시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ℓ당 1804원, 전국 평균 가격은 1799원이었다. 그러나 이마트 주유소가 들어선 지 1년이 넘은 지난달 말에도 용인시 평균은 1682원, 전국 평균은 1670원으로 가격차이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주유소협회는 기업형 슈퍼마켓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는 중소 상공인들과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 신청을 내 둔 상태다. 또 주유소 입점을 관장하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형마트와 주유소는 25~50m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고시를 제정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런 고시가 있다면 새로 주유소를 설치하려는 대형마트는 마트 건물에서 떨어진 곳에 주유소를 지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규제 장치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정상필 한국주유소협회 기획팀장은 “현재 전국 16곳 시·군·구가 이와 같은 내용의 고시를 제정했으며 이런 움직임은 확산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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