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밝힌 ‘전력파워’ 세계를 누빈다
[‘위기가 기회’ 세계속 한국기업 현장을 가다] ⑦ 한전
일리한 발전소 건설·운영 통해 세계시장 본격진출
중국 등에 사업확대…2020년 국외매출 27조 목표
일리한 발전소 건설·운영 통해 세계시장 본격진출
중국 등에 사업확대…2020년 국외매출 27조 목표
“발전소 바로 옆에 있는 이 마을에조차 전력이 들어온 것은 불과 2년 전입니다.”
지난 8일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3시간가량 자동차로 달려 가니, 듬성듬성 나타나는 가난한 마을들을 양쪽 옆으로 끼고 비포장 도로가 나왔다. 바닷가를 따라 이어진 거친 이 길의 끝에 한국전력공사 필리핀 법인이 운영하는 일리한 발전소(사진)가 있다.
황규병 발전소장은 “필리핀의 전력 공급은 아직도 충분치 않은 편이지만 일리한 발전소가 기저부하의 15%를 맡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면서 이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중앙통제실 계기판의 숫자는 ‘1186’을 가리켜, 전체 1200㎿의 발전 용량 가운데 1186㎿를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발전소가 만들어진 뒤 가동률은 줄곧 90%를 넘었다.
2002년 준공한 일리한 발전소는 한전 국외사업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한전은 1995년 필리핀 말라야 발전소 인수로 국외사업의 첫 발을 뗐다. 노후된 화력발전소를 인수해 복구한 뒤 운영하는 사업이었다.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것이 발전소 건설과 운영을 함께 하는 일리한 발전소 사업이다. 발전소를 지어주는 대신, 필리핀 정부로부터 연료와 터를 무상으로 공급받고 전력 구입량과 가격을 보장받았다. 일본 회사들과 합작해 사업 위험을 분산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7억1000만달러의 투자비를 끌어냈다. 여기에 전력 운용에 대한 한전의 기술력이 더해져, 7년 넘도록 필리핀의 주요 발전소로 자리매김을 해 온 것이다.
그러나 현지 직원들은 “올해부터 내년까지가 정말 중요한 시기”라며 계속 고삐를 죄고 있다. 사업기간 만료로 그 동안 안정적인 수입을 가져다주던 말라야 발전소를 내년이면 필리핀 쪽에 다시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필리핀에서 전력개혁법이 통과된 것은 한전에게 또다른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필리핀은 빈약한 국가 재정 때문에 스스로 전력 공급을 늘리기 어려워 국가 소유의 발전소 및 전력 시설 등을 국외 업체에 매각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한전이 4억8000만달러를 들여 2011년 완공 목표로 세부에 짓고 있는 석탄화력 발전소는 한전 국외사업의 미래 주소라 할 만하다. 이전 사업들과 달리 한전이 발전소 건설 뿐 아니라 전력 판매까지 도맡게 돼, 본격적으로 전력 시장의 경쟁에 뛰어드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김훈 법인장은 “국외 전력 시장 진출은 한전의 중대한 목표”라며 “필리핀에서 끊임없이 기회를 찾고 성과를 만든 경험은 앞으로 다른 국외사업에도 밑받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2020년까지 국외 매출 비중을 국내 매출의 30%대인 27조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전이 세계시장의 전력 수요를 찾아 국외로 뛰고 있는 이유는 국내 전력 수요가 갈수록 줄고 있는데다 민간 발전사업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돼 더 이상 국내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란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한전은 현재 중국에서도 풍력발전, 탄광 연계 발전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고, 레바논에도 복합화력 발전소 운전 정비 사업을 시작해 중국·중동 등 세계 거대 시장에 한 걸음 다가간 상태다.
마닐라/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한전 국외 발전사업 운영 현황
마닐라/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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