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다도 따로, 간장도 따로, 소금도 따로, 김치도 따로….
저출산이 추세화하는 대신 하나뿐인 내 아이의 먹거리를 꼼꼼히 따지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이들 전용 식품인 ‘키즈 푸드’가 예전에는 이유식이나 과자류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거의 모든 식품군으로 번져나간다. 지난 3월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식품업계는 기피 대상이 되지 않을 바른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커진 상황이다.
아이들 밥상을 따로 차려라! 요즘 아이들 식재료는 거의 모든 게 별도로 나온다. 어린이 전용 조미료로 맛을 내고, 어린이 전용 소금과 간장으로 간을 본 밥상을 차리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정도다.
씨제이제일제당은 지난달 어린이용 다시다를 선보였다. ‘웰빙 다시다 산들애 키즈’라는 이름으로 나온 어린이 다시다는 국산 재료를 쓰고 게·새우 등 알러지 유발 가능성이 있는 원료는 모두 뺐다. 나트륨 함량도 일반 조미료보다 25% 낮췄고 합성첨가물을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아이밥상 따로 차려볼까 어린이 전용먹거리 ‘봇물’
식품업체인 레퓨레는 지난 3월 천일염을 이용한 어린이 전용 제품 ‘우리아이 첫소금’을 선보였다. 나트륨 함량이 정제염이나 수입염에 견줘 15~20% 낮은 점을 들어 바른 식습관을 길러준다고 강조한다. 영유아 식품 전문업체인 미즈앤코는 ‘우리애들 간장’과 함께 된장·고추장 등 전통 장류를 어린이 전용으로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이처럼 조미료, 소금, 간장, 장류 등이 어린이용으로 따로 나오는 것은 아이들 건강을 생각해 어른들과 다른 밥상을 차리는 엄마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씨제이제일제당 조미마케팅 담당 오진욱 대리는 “남편과 아이 먹거리를 따로 준비해 밥상을 차리는 경우가 많다는 소비자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산들애 키즈를 출시했다”며 “어린이 전용은 국산 재료에 좋은 원료를 쓴다는 인식이 있어 다른 성인 가족들이 어린이 제품을 함께 이용하는 성인 유입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베이비로션 같은 화장품이 순하다는 특성 때문에 20대 이후에도 두루 사용되듯, 어린이 제품은 해당 연령대가 지나서도 계속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식품 업체들은 자사의 간판 제품을 어린이용으로 따로 만들어낸다. 종가집은 매운맛을 줄이고 유산균을 풍부하게 한 ‘종가집 어린이 김치’를 선보였고, 빙그레는 초유 성분이 들어 있는 ‘요플레 키즈’를 새로 내놓았다. 샘표는 ‘순작 유기농 아기 보리차’로 밥상을 물린 뒤 마시는 물까지 아이만을 위해 따로 신경쓴 제품을 내놨을 정도다.
키즈 브랜드로 ‘안심’을 팝니다 키즈 제품들은 무엇보다 유기농, 국산 재료, 무첨가물, 영양 균형 등을 강조한다. ‘키즈’라는 말에는 ‘안심할 수 있는 먹거리’란 의미가 자연스레 따라붙는 셈이다. 현재 전체 1600만 가구 가운데 300만 가구는 초등학생 이하의 아이들을 두고 있다. 풀무원이 시장조사기관을 통해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13살 이하 어린이를 둔 가정의 50% 이상이 어린이 전용 제품을 실제 구매하고 있는 등 ‘안심’을 사려는 소비자층은 적지 않다.
키즈 브랜드를 가장 공격적으로 선보인 것은 과자 업계였다. 멜라민 파동 등을 겪으며 유해 첨가물 등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자 아예 닥터유 골든키즈, 마더스 핑거, 슈퍼푸드클럽 등 프리미엄급 과자 브랜드들을 쏟아냈다. 하나를 먹여도 좋은 먹거리를 먹이겠다는 소비 심리를 반영한 셈이다.
풀무원 역시 지난 5월 ‘우리아이’라는 키즈 브랜드로 어린이 간식 제품 10가지를 선보였다. 떠먹는 두부, 생라면, 떡볶이, 물만두, 스파게티, 짜장면, 유부초밥 등이 있는데, 단백질· 식이섬유소·칼슘 3가지는 늘리고 열량·지방·포화지방산·트랜스지방산·콜레스테롤·당류·나트륨 7가지는 줄여 어린이 성장과 바른 식습관을 고려한 브랜드를 설계했다. 윤희선 풀무원 마케팅 상무는 “학교앞 먹거리들의 영양성분을 조사해 보니, 나트륨이나 당 성분이 지나치게 많아 문제가 컸다”면서 “엄마들의 눈높이가 갈수록 까다로와지고 있는 만큼 어린이 전용제품을 구매하려는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