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더슨 사장 “지엠대우 법정관리 안간다” 약속
라이선스·CFO선임 등 산은쪽 요구엔 확답 안해
라이선스·CFO선임 등 산은쪽 요구엔 확답 안해
방한 중인 제너럴모터스(GM)의 최고경영자(CEO)인 프리츠 헨더슨 사장이 지엠대우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지엠대우에 대한 근본적 지원책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헨더슨 사장은 15일 오전 인천시 부평 지엠대우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산업은행 등 지엠대우의 모든 주주들과 이해관계자들은 지엠대우를 법정관리에 넣을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며 “지엠은 앞으로도 지엠대우에 지속적인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엠 이사회에서 지엠대우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안건이 승인됐다는 것을 그 근거로 들었다. 지엠대우는 지난 4일 유상증자를 결의했으며, 예정대로라면 지분 50.9%를 가진 지엠 쪽은 2500억원의 자금으로 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헨더슨 사장은 “지엠은 전 세계에 (법인 등) 자원이 있기 때문에 지엠의 자금 지원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엠 쪽은 “한국 공장을 100% 가동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지엠대우가 개발을 주도한 차량이 다른 나라 공장에서 생산될 수도 있지만, 전략적 생산거점으로서 지엠대우의 생산량은 보장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엠대우의 자금 지원을 위해 산업은행이 내걸었던 조건들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엠대우가 개발한 차량에 대한 라이선스 보장에 대해 닉 라일리 해외총괄영업부문 사장은 “기술개발권에 대해서는 의사결정이 내려진 바 없다”고 언급을 피했다. 다만 “이미 한국에서 개발된 차량이 다른 본부에서 생산되면 ‘로열티’를 받는 구조”라고만 대답했다. 또 산은 등 채권단이 최고재무책임자를 선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지엠대우가 입은 선물환 손실은 불가피했다”며 “재무 구조에 변경이 필요하다고 생각치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산은이 제시한 조건 가운데 지엠대우의 생산물량 보장에 대해서만 그나마 구두로 약속한 셈이다.
표면적으로는 지엠의 최고경영진이 한국 정부와 채권은행에 협조를 구하는 모양새를 갖췄지만, 지엠대우의 자금사정이 약간 호전되는 상황에서 기존 입장차를 확인하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인 셈이 됐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야구로 말하면 9회 중 3회 정도 지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엠은 지엠대우를 장기적으로 성장·발전시킨다고 강조하지만, 우리로서는 단순 하청기지화하지 않는다는 안전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엠대우의 자금 사정이 조금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유동성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며 “지엠이 보다 성의 있게 협의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엠대우로선 기술 개발 등 중장기적인 생존 기반 마련을 위한 자금 확보가 급하다. 지엠대우 관계자는 “당장은 임금 삭감, 희망퇴직 등으로 비용을 줄여 연말에 만기 도래하는 1200억원대 채권을 자력으로 갚을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원형 김경락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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