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단말기 ‘스토리’
[먼저 써봤어요] 전자책 단말기 ‘스토리’
한달여 동안 아이리버가 내놓은 전자책 단말기 ‘스토리’(사진)를 써봤다. 미국행 항공기에서 아마존 킨들로 독서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전자책으로 읽는 느낌을 궁금해왔던 터였다. 처음 손에 들고 사용하려 하니, 불편한 게 많았다. 책 한권 무게인 284g이지만, 화면은 가로 9.1㎝, 세로 12.3㎝로 예전의 삼중당문고 판보다 약간 작았다. 그 안에 단행본 크기의 책이 들어가 있으니, 활자가 작아져 읽기 힘들었다. 활자를 키울 수 있지만, 그러면 화면이 잘려 나간다. 노트북 화면과 달리, 전자책은 화면 뒤 조명(백라이트)이 없어 어두운 곳에선 읽을 수 없다. 흑백화면이고, 터치스크린 기능이 없다. 반응 속도도 느리다. 다음 쪽으로 이동을 하면 책장이 넘어가듯 ‘느릿느릿’ 바뀐다. 이런 특성은 전자잉크의 기술적 특성 때문에 킨들을 비롯한 전자책 단말기들이 지닌 공통점이다. 조작성을 익히고 화면에 눈이 적응하다보니 사용 빈도가 늘었다. 김유정의 단편소설을 출근길에 읽고, 퇴근길에 윤동주 시선집에 담긴 작품을 읽으며 다녔다. 써보니 전자책은 엘시디 같은 전자단말기랑 비교할 것이 아니라, 종이책과 비교를 해야 할 제품이라는 걸 알았다. 흑백의 전자잉크 화면은 단조로웠지만 그림보다 내용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상념으로 이어지게 하는, 책의 기능을 훌륭히 수행했다. 햇볕이 내리쬐는 야외에서도 책처럼 읽을 수 있으며, 읽은 곳을 표시해놓고 찾아볼 수 있었다. ePub를 비롯해 hwp, txt, doc, pdf 등 다양한 파일 형식을 지원하고 외장 메모리를 사용할 수 있다. 한글과 피디에프로 된 논문들과 자료들을 담아 가지고 다니면서 읽으니, 편리하고 깔끔했다. 교보문고가 제공하는 전자책 콘텐츠를 구입해 쓸 수 있고, 수백권의 책을 담은 뒤 한 번 충전해 9000쪽까지 읽을 수 있다. 엠피3 플레이어 기능도 있고, 쿼티(qwerty) 자판을 갖춰 메모장으로 쓸 수 있다. 무선랜(wifi) 기능이 없어 피시랑 케이블로 연결해 콘텐츠를 내려받아야 하는 건 큰 불편이다. 값은 34만8000원이다. 동영상도 안 나오고, 인터넷도 안 되는 흑백 활자 표시장치이지만 쓰다보니 그게 전자책의 특성이란 생각이 들었다. 번쩍이는 영상과 무한한 링크 대신에 활자가 이끄는 신비로운 감성과 차분한 사고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디지털 도우미이기 때문이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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