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충전기 표준 일지
국제전기통신연합, 유럽식 ‘마이크로 유에스비’ 채택만 언급
우리나라 고유의 휴대전화 충전단자 규격을 세계 표준으로 채택시키기 위한 길이 험난하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지난 22일 홈페이지에 세계 휴대전화 충전단자의 국제표준이 승인됐다는 보도자료를 올려놓았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제안한 유럽 중심의 규격 ‘마이크로 유에스비’(USB)(사진)에 근거해 국제 표준안이 승인됐다는 내용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19일 “한국이 제안한 20핀 규격이 3가지 표준 초안의 하나로 채택됐다”고 한 발표와 달리, 나머지 규격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비비시(BBC) 등 국외 언론도 “세계 휴대전화 충전 규격이 마이크로 유에스비로 통일된다”고 보도했다.
국내에 보도된 것과 달리, 휴대전화 국제 표준이 유럽 중심의 마이크로 유에스비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한국이 제안한 규격이 3가지 초안 중 하나로 공식문서에 들어가 있는 것은 맞지만, 국제전기통신연합과 이통사업자협회가 마이크로 유에스비를 밀고 있기 때문에 이를 부당하게 부각시킨 것”이라며 “불공정한 자료에 대해 항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중국이 제안한 ‘미니 유에스비’와 한국의 ‘20핀 규격’이 ‘마이크로 유에스비’와 함께 3가지 공동 표준으로 채택되기를 희망하지만, 이번 발표에서 보듯 만만치 않다. 3가지를 모두 표준으로 정하면 국제 표준 제정의 의미가 사라지고, 3자 경쟁에서 한국은 불리하기 때문이다. 애초 국제 표준을 제안한 유럽 중심의 마이크로 유에스비나 세계 최대 시장의 중국이 제안한 미니 유에스비와 달리 20핀 규격은 한국만 쓰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마이크로 유에스비로 국제 표준이 단일화될 경우, 국내 사용자 편의를 위해 국내는 기존 20핀 규격을 유지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 유에스비는 기존 24핀, 20핀 충전기에 젠더(어댑터)를 꽂아 사용할 수 없다. 국내는 제각각이던 휴대전화 충전 규격을 2002년 24핀으로 단일화했으나, 2008년부터 20핀 규격의 휴대전화만 생산돼 이용자들이 별도의 젠더를 사용하고 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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