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마 판매 렌즈 중 ‘밝은 렌즈’ 비중
어두워도 선명하게 찍히는 밝은 렌즈 인기
초고감도 디카 개발, 조명없이 촬영 가능
초고감도 디카 개발, 조명없이 촬영 가능
“더 많은 빛을 나에게…” 세계적인 문호 괴테가 숨지며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이 말은 카메라를 든 모든 이에게도 절실한 바람이다. 사진과 카메라가 각각 ‘빛으로 그리는 그림’(photo+graphy) ‘캄캄한 방’(camera obscura)이라는 어원을 갖는 데서 드러나듯, 사진은 빛을 다루는 예술이다. 더 많은 빛이 있어야 좀더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다. 사진 기술은 괴테의 마지막 소원을 향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카메라 설정의 기본 요소인 셔터 속도, 조리개 값, 감도는 결국 빛을 얼마나 받아들이느냐 하는 것을 의미한다. 카메라와 렌즈를 고를 때 가장 눈여겨봐야 하는 항목이기도 하다. 빛이 부족한 곳에선 사진 촬영이 어렵기 때문에 삼각대나 스피드라이트(플래시)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인공조명 없이 눈에 보이는 대로 찍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다. 어두운 곳에서 눈동자의 홍채가 넓어지듯, 좋은 렌즈는 어둠 속에서 조리개를 연다. 더욱이 공연장처럼 플래시를 터뜨릴 수 없는 곳에서 밝은 렌즈와 높은 감도의 카메라가 있으면, 주위를 훼방하지 않으면서 어둠과 빛을 함께 담은 자연스런 촬영이 가능하다. 최근 렌즈교환식 디지털카메라(DSLR)가 확산되면서 ‘밝은 렌즈’ 카메라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국내에서는 밝은 렌즈에 대한 선호가 유난스러울 정도다. 밝은 렌즈란 홍채 구실을 하는 조리개를 넓게 벌려서,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는 렌즈를 말한다. 조리개 최대 개방값(F)이 낮을수록 밝은 렌즈이고, 값도 크게 올라간다. 50㎜ 렌즈의 경우, F1.8 렌즈가 10만원대 초반인데, 한 단계 밝은 F1.4 렌즈는 30만원대다. 비싼 값에도 밝은 렌즈에 대한 국내 카메라 사용자들의 선호도 증가 추세는 뚜렷하다. 대표적인 렌즈 전문회사 시그마의 경우, 국내 판매량에서 밝은 렌즈(F1.4~2.8)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5년 20%에서 2007년 35%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에는 56%로 높아졌다. ‘삼식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시그마30㎜ F1.4 렌즈의 경우 대기 수요가 많아 중고시장에 물건이 나오자마자 새 주인에게 팔려나간다.
캐논 40디 디지털카메라를 써서, 감도 800 때 일반 렌즈와 밝은 렌즈를 비교했다. 왼쪽은 캐논 18~55㎜ 렌즈로 조리개(F) 5.6, 셔터속도 1/30초로 촬영했으며 오른쪽은 캐논 24~70㎜로 조리개 2.8, 셔터속도 1/125초로 찍었다. 왼쪽보다 오른쪽 사진이 아웃포커스 현상이 심한 것을 볼 수 있다. 같은 환경에서 밝은 렌즈를 쓰면 셔터속도가 빨라져 촬영 때 흔들림을 방지하고 아웃포커스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 주제를 부각시킬 수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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