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출시 예고로 일어난 국내 통신환경 변화
무선랜 탑재, 콘텐츠장터 개설, 데이터요금 인하 등
연말출시 ‘긴장’속 이통사·단말제조사 ‘빗장’ 열어
연말출시 ‘긴장’속 이통사·단말제조사 ‘빗장’ 열어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달아나게 하듯 출시도 안 된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이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안드로이드폰 출시, 일반 휴대전화에 무선랜(WiFi) 탑재, 온라인 콘텐츠 장터 개설 ….’ 이동통신 3사와 단말기 제조회사들이 국내 통신 이용자들의 숙원을 풀어주는 제품과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아이폰을 떼어놓고 설명하기 힘들다. 출시 여부를 놓고 한바탕 논란을 벌인 아이폰은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에 위치정보사업자 허가를 신청해 승인을 앞둔 상태다. 일러야 연말께 출시될 예정이지만, 아이폰으로 인한 국내 이동통신의 이용환경 변화는 이미 시작된 셈이다.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엘지텔레콤(LGT)은 각각 내년 1분기와 2분기에 안드로이드폰을 내놓을 예정이다. 케이티(KT)가 아이폰을 들여오는 데 대한 맞불 성격의 마케팅이다. 수출용으로만 안드로이드폰을 만들던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는 물론, 팬택도 내년 상반기에 국내 공급 방침을 밝혔다. 아이폰을 기다려온 이용자들이 이제 어떤 단말기를 고를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케이티는 이달 들어 무선랜을 탑재해 인터넷전화로도 쓸 수 있게 한 새로운 단말기 보급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휴대전화에도 무선랜을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이통사들은 데이터통신 매출을 갉아먹을 것을 우려해 ‘기능 제거’(스펙 다운) 비판까지 감수하며 무선랜 탑재를 막아왔는데, 방어벽이 무너진 셈이다. 엘지전자도 최근 부사장급이 이끄는 스마트폰 전담 사업부를 꾸렸다.
에스케이텔레콤과 케이티,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는 애플의 앱스토어를 본뜬 온라인 콘텐츠 장터도 잇따라 개설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자사 제품용 콘텐츠 개발에 참여시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독자 개발한 모바일용 플랫폼 ‘바다’와 개발도구를 전세계 개발자들에게 개방해, 삼성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 생태계를 꾸리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케이티와 에스케이텔레콤은 최근 기존 데이터통신 요금제를 변경해, 같은 값에 훨씬 더 많은 양의 데이터통신을 할 수 있게 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월 1만5000원에 42메가바이트(MB)이던 데이터 사용량을 500MB로 12배나 늘렸다.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일고 있는 국내 업체들의 이런 변화는 ‘김빼기’인 측면도 있지만, 소비자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가 주도해온 시장이, 소프트웨어를 통한 이용자 경험을 중시하며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는 “외국산 스마트폰 출시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지는 것은 물론 이통사와 제조사가 고부가가치 상품에 주력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며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높아지고 시장이 만들어져 개발자들에게도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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