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제주 아펙 장관회담 불발
도하협상등 신경전 작용 한-일 경비정이 한국 어선을 둘러싸고 동해상에서 이틀째 대치하는 동안 제주도에서도 한-일 통상당국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2일 개막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통상장관 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일본의 나카가와 쇼이치 경제산업상은 공식일정이 시작되기 전인 아침 8시50분에 제주도를 떠났다. 지난 1일 저녁 7시에 도착했으니, 14시간 남짓 머문 셈이다. 바쁜 일정 가운데 나카가와는 1일 밤 미 무역대표부 롭 포트먼 대표와 만났고, 2일 아침엔 아세안 등과 조찬모임을 가졌다. 그러나 정작 올해 아펙 의장국이자 이번 회의의 주최국인 한국과는 아무런 양자접촉이 없었다. 아펙 의장국은 회원국들의 양자회담 요청을 최대한 수용하는 것이 관례여서, 한국은 지난 1일 아침 8시부터 밤 9시까지 10개국과 회담을 열었다. 여의치 않을 경우 전화회담까지 했으니, 일본이 접촉할 뜻이 있었다면 기회가 없지는 않았던 셈이다. 그럼 왜 못 만났을까? 한·일 두나라는 서로 감정의 골을 드러낸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지난달 아펙 회원국들에게 양자회담을 신청해달라는 일괄 서신을 전달했다”며 “일본에 물밑 의사 타진을 해보기도 했는데 양쪽 통상당국의 갈등과 관련해 우리쪽의 유감표명을 기대하더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본 당국은 일괄 서신 내용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느꼈고, 실질적으로 타결가능한 의제도 없어서 양자회담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해말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지고 김 수입쿼터 제한과 관련해 한국이 세계무역기구에 일본을 처음 제소하는 등 갈등이 수면 위로 불거진 상태다. 일본은 지난 4월 도하개발아젠다 비농업분야 협상과 관련해 회의를 열었으나 한국이 참여하지 않자 크게 마음이 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회의 불참은 최근 통상분야에서의 한-일 긴장관계와도 관련이 있다”며 “일본이 자유무역협정 논의에서 농업분야 등의 실질적인 협상안을 내놓지 않는 데 책임이 있는 만큼 우리가 굽히고 들어갈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외교통상부는 통상협상에서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정치적 고려를 앞세워 ‘잡음’을 최소화하는데 신경을 쓰는게 아니라 대신 ‘필요한 긴장’을 감수하겠다는 전략이다. 달라진 한국의 태도에 일본은 어떤 카드로 대응할까? 제주도의 엇갈린 만남 이후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제주도/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도하협상등 신경전 작용 한-일 경비정이 한국 어선을 둘러싸고 동해상에서 이틀째 대치하는 동안 제주도에서도 한-일 통상당국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2일 개막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통상장관 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일본의 나카가와 쇼이치 경제산업상은 공식일정이 시작되기 전인 아침 8시50분에 제주도를 떠났다. 지난 1일 저녁 7시에 도착했으니, 14시간 남짓 머문 셈이다. 바쁜 일정 가운데 나카가와는 1일 밤 미 무역대표부 롭 포트먼 대표와 만났고, 2일 아침엔 아세안 등과 조찬모임을 가졌다. 그러나 정작 올해 아펙 의장국이자 이번 회의의 주최국인 한국과는 아무런 양자접촉이 없었다. 아펙 의장국은 회원국들의 양자회담 요청을 최대한 수용하는 것이 관례여서, 한국은 지난 1일 아침 8시부터 밤 9시까지 10개국과 회담을 열었다. 여의치 않을 경우 전화회담까지 했으니, 일본이 접촉할 뜻이 있었다면 기회가 없지는 않았던 셈이다. 그럼 왜 못 만났을까? 한·일 두나라는 서로 감정의 골을 드러낸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지난달 아펙 회원국들에게 양자회담을 신청해달라는 일괄 서신을 전달했다”며 “일본에 물밑 의사 타진을 해보기도 했는데 양쪽 통상당국의 갈등과 관련해 우리쪽의 유감표명을 기대하더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본 당국은 일괄 서신 내용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느꼈고, 실질적으로 타결가능한 의제도 없어서 양자회담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해말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지고 김 수입쿼터 제한과 관련해 한국이 세계무역기구에 일본을 처음 제소하는 등 갈등이 수면 위로 불거진 상태다. 일본은 지난 4월 도하개발아젠다 비농업분야 협상과 관련해 회의를 열었으나 한국이 참여하지 않자 크게 마음이 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회의 불참은 최근 통상분야에서의 한-일 긴장관계와도 관련이 있다”며 “일본이 자유무역협정 논의에서 농업분야 등의 실질적인 협상안을 내놓지 않는 데 책임이 있는 만큼 우리가 굽히고 들어갈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외교통상부는 통상협상에서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정치적 고려를 앞세워 ‘잡음’을 최소화하는데 신경을 쓰는게 아니라 대신 ‘필요한 긴장’을 감수하겠다는 전략이다. 달라진 한국의 태도에 일본은 어떤 카드로 대응할까? 제주도의 엇갈린 만남 이후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제주도/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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