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술 시장 성장 현황
하이트·오비 등 올해 맥주 수출 60% 넘을듯
OEM 주문도 늘어…“일본 시장 공략 강화”
OEM 주문도 늘어…“일본 시장 공략 강화”
일본 엔화 가치의 상승에 연말 특수가 겹치면서 술 시장에 화색이 돌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부터 엔강세 특수를 누린 데 이어, 최근 엔-달러 환율(4일 기준 100엔당 1308.83원)이 14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엔화 가치가 급등해 일본 수출에 호기를 맞았다. 특히 막걸리와 맥주의 일본 수출이 급증해 불황 여파에 따른 침체 분위기를 벗어나고 있다.
6일 하이트맥주는 올해 1~3분기 맥주 수출 물량이 303만상자(500㎖들이 20병)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1만상자보다 67.0% 늘었다고 밝혔다. 수출액 성장 폭은 훨씬 커서 지난해보다 83.1%나 늘었다. 오비맥주 역시 마찬가지다. 오비맥주의 수출 물량은 지난해 3분기까지 157만상자였는데 올해는 같은 기간 290만상자를 수출해 성장률이 84.7%에 이르렀다. 오비맥주 쪽은 연말까지는 360만상자에 이르는 수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산 맥주회사들의 수출은 40~70% 이상을 일본 시장에 기대고 있다.
지금껏 국산 술의 수출은 소주가 주도해왔지만 맥주와 막걸리도 수출 대표 주자 자리를 넘보고 있다. 최근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해 1~10월 수출 물량의 지난해 대비 성장률은 맥주, 소주, 탁주(막걸리) 등을 통틀어 맥주가 40.6%로 가장 높았다. 막걸리 역시 국내 열풍의 진원지가 일본이라는 진단이 나올 정도로 일본 수출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고 있다. 막걸리의 일본 수출은 2006년 이후 해마다 증가했고 올해 10월까지 수출 물량은 지난해보다 10%가량 늘어났다. 품목도 다양해져 지난해보다 4배에 이르는 50여종의 막걸리가 일본으로 나가는 상황이다.
맥주는 일본에서 맥아 비중을 줄여 저렴하게 생산한 맥주맛 알코올 음료인 ‘제3맥주’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업체들이 발빠르게 들어간데다, 엔강세 호재로 수익성까지 높아져 미소짓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하이트진로그룹은 제3맥주인 ‘프라임드래프트’ 등 10여 브랜드로 현지 판촉 활동을 강화해 일본에 수출 물량을 늘리고 있다.
일본 수입 업체들 쪽에서는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한국산 술에 대한 주문량을 늘려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맥주 생산 대국이면서 맥주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하지만, 오비맥주는 일본 유통업계 선두인 다이에사 등에 주문자상표부착 방식의 수출을 꾸준하게 해왔다. 오비맥주의 한 임원은 “최근에도 일본 업체가 대량 주문을 위해 공장을 둘러보고 갔다”며 “엔강세 상황으로 ‘메이드 인 차이나’ 못지않게 ‘메이드 인 코리아’도 경쟁력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식품 신뢰도에 대한 불안도 우리에겐 좋은 조건이 된다”고 덧붙였다.
하이트진로그룹 쪽은 “엔강세 등 환율 상황이 좋아 수출량보다 수출 금액의 성장세가 훨씬 빠르다”며 “이달부터는 국내 막걸리 제조사와 제휴한 ‘진로 막걸리’를 처음으로 일본 시장에 수출하게 됐고, 향후 일본 시장 공략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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