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품목별 주요국 가격지수 현황
G7+싱가포르·홍콩·대만보다 20종 중 16종 비싸
바나나 관세 무거워…국산 육류 유통마진 탓
바나나 관세 무거워…국산 육류 유통마진 탓
우리 공·민영 주차장료의 가격지수가 서방 선진 7개국 대표 도시와 싱가포르·홍콩·대만에 견줘 1~2위를 차지하는 등 높은 물가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바나나, 와인, 향수, 승용차 타이어, 프린터잉크, 산악자전거 등은 다른 10개국 물가를 제치고 가격지수 1위를 차지했다.
한국소비자원은 10일 주요 필수품이나 서비스 20종에 대한 우리 가격지수를 10개국 주요 도시와 견줘본 결과 영화관람, 수입산 쇠고기등심, 치과 스케일링, 도시가스 네 가지를 빼고 16종에서 외국 평균치보다 높은 가격지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품목별로는 수입 승용차타이어가 외국 평균의 3.3배였고, 자국산 쇠고기등심은 3.1배, 바나나 2배, 삼겹살 1.9배, 수입 와인 1.7배, 공영주차료 1.5배, 산악자전거 1.4배, 향수 1.4배, 스킨로션 1.4배로 가격지수가 더 높았다.
다만 도시가스 가격은 외국 평균치의 30%에 불과했고, 치과 스케일링도 국내비용이 외국평균의 60%로 비교대상 11개국 가운데 가장 싼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에서 유통구조가 폐쇄적이거나 국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20개 품목을 선정했다. 이에 따라 수입 공산품 4종, 수입 및 자국산 식품 6종, 수입 주류 1종, 수입 의류화장품 3종, 수입 유아용품 1종, 서비스 5종이 대상이 됐다. 소비자원 거래조사연구팀의 원혜일 책임연구원은 “품목마다 특정 모델이나 제품을 가려뽑아내서 나라마다 다른 물가의 윤곽을 살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원은 수입품에서 심한 가격차이가 나는 원인으로 수수료 등의 유통마진, 독점수입 판매구조, 국내딜러의 수직적 가격통제 등으로 추정했다. 또 국산 육류는 유통 마진이 닭고기 53%, 돼지고기 49%, 쇠고기 40% 등 절반에 이를 정도로 높은 것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의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면도기·화장품 같은 백화점 판매 품목들은 평균 30%에 이르는 백화점 수수료가 높은 가격의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참고한 물가 개선 방안을 공정거래위원회 등 해당 부처에 건의할 예정이다. 소비자원은 “바나나·오렌지 같은 과일은 일반 국민의 소비가 많은 품목이지만 일본과 홍콩 등 아시아 주요국에 비해 관세가 상대적으로 높다”며 “국민소득 증가로 인해 소비가 일반화된 와인, 향수 등의 경우 주세, 개별소비세 경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수입업체의 수직적 가격 통제나 유통업체의 가격 담합 개연성을 조사하고, 수입품 외국 공급처에 대해 반경쟁행위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의 역외 적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