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경제] 아하 그렇구나
기업 인수만을 목적으로 상장되는 서류상 회사
3년안 다른 회사 인수해야…증권사 설립 ‘붐’
기업 인수만을 목적으로 상장되는 서류상 회사
3년안 다른 회사 인수해야…증권사 설립 ‘붐’
내년부터 국내 증시에 새로운 유형의 회사가 선을 보입니다. 요즘 증권사들마다 앞다퉈 이 회사를 설립하려고 야단입니다. 바로 ‘기업인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가 주인공인데, ‘스팩’(SPAC)이라고 불립니다. 이전까지 기업 인수·합병(M&A)은 자금이 넉넉한 기관들이나 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개인 투자자도 기업 인수·합병에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기업인수목적회사 덕택이죠.
기업인수목적회사의 유일한 목적은 기업 인수입니다. 그래서 다른 일은 하지 못합니다.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한테 공개적으로 자금을 모아서 증시에 상장되는 서류상 회사(페이퍼 컴퍼니)입니다.
회사 경영진이 인수할 대상 기업을 찾아내고, 주주가 기업인수 여부를 결정합니다. 회사 설립 뒤 3년 안에 회사를 인수해야 하고, 그러지 못하면 청산해야 합니다. 인수할 수 있는 대상 기업은 원칙적으로 상장 여부와 관계는 없으나, 일반적으로 증시에 상장돼 있지 않은 비상장 우량기업이 주로 대상이 됩니다. 기업인수목적회사가 비상장 기업을 인수하면 이 기업은 우회 상장을 하게 되는 셈이죠. 유망한 비상장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조달받게 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비상장 기업의 경영권은 기존 경영자에게 그대로 보장해 주는 게 일반적입니다. 인수한 기업의 가치가 커져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아 수익을 거둡니다.
기업 인수에 실패하면 투자자들한테 투자 원금을 돌려주게 됩니다. 모집한 공모자금을 신탁계정 등에 예치하고, 예치자금을 국채나 머니마켓펀드(MMF)와 같은 안전자산에 투자하기 때문에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예치된 자금에서 발생한 이자는 보유 주식 수에 비례해 배분됩니다.
정리하자면, 비상장 기업인수목적회사 설립→공모 및 상장→경영진의 인수 대상 회사 발굴 및 주주들의 인수 여부 결정→합병기업의 주식 보유 및 주식 매각을 통한 수익 실현 또는 기업 인수를 못 할 경우 기업인수목적회사 청산 및 투자자금 반환 등의 차례로 진행되는 것이지요.
기업인수목적회사는 공모한 뒤 90일 안에 의무적으로 한국거래소에 상장해야 하며, 상장 때 최소 자본금은 유가증권시장 200억원, 코스닥시장 100억원입니다.
최근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동양종합금융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이 기업인수목적회사 설립 등기를 마쳤습니다. 다른 증권사들도 조만간 회사를 설립하고 내년에는 공모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거래소에서는 내년 3월께 기업인수목적회사가 처음으로 증시에 상장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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