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명예퇴직 전후 인력구조
개인당 5천만원 가산금…채용 확대해 ‘세대교체’
민노총 탈퇴한 노조와 교감…신청 강요 ‘잡음’도
민노총 탈퇴한 노조와 교감…신청 강요 ‘잡음’도
케이티(KT)가 28일 단일기업으론 최대 규모인 5992명의 명예퇴직을 확정했다.
케이티는 그동안 분기마다 20년 이상 근속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프로그램을 운영해왔으나, 이달 초 노조가 회사에 ‘근속기간 15년 이상’으로 기준 완화를 요구하자 이를 수용해 지난 24일까지 ‘특별 명퇴’ 접수를 받아왔다. 6000명에 이르는 명퇴 신청은 케이티 민영화 직후인 지난 2003년 회사 쪽 주도로 실시된 명예퇴직 신청 때 5500명이 접수한 것보다 많은, 단일기업으로 국내 최대 규모다.
명퇴 신청자들의 평균 나이는 50.1살, 평균 재직기간은 26.1년으로 전체 퇴직자의 65%가 50대였으며, 대부분 창업 등을 준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3만5000여명이던 케이티의 직원 규모는 케이티에프(KTF)와의 합병으로 3만7000명으로 늘어났으나 이번 명퇴 이후 3만1000명 수준으로 줄어들고 매출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14.2%에서 11.8%로 축소된다.
이번 명예퇴직은 회사와 노조 쪽 이해가 맞아떨어지며 신청자가 크게 늘어났다. 노조 쪽은 지난 2일 노조 홈페이지를 통해 “조합원들의 요청이 상당한 만큼 특별 명퇴를 사측에 제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짐에 따라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20년으로 돼 있는 명퇴 조건을 15년으로 낮춰달라는 요구가 높았다. 이번 특별 명퇴는 평소보다 개인별로 3500만~5000만원의 가산금이 더 주어졌다.
대규모 명퇴는 이석채 케이티 회장의 ‘공기업 체질 탈피’를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올해 초 부임한 이 회장은 민영화된 케이티에 여전히 공기업적 옛 모습이 남아 있다고 보고 강도 높은 경영 쇄신에 나섰다. 하지만 직원 평균 근속연수가 20년에 이르고 인력 규모가 방대한 케이티는 세대 교체가 원활치 않아 빠른 혁신과 효율성이 요구되는 통신업종으로서 고민이 많았다. 민주노총을 탈퇴한 노동조합 집행부와의 교감으로 대대적인 명예퇴직을 실시해 ‘조직 개혁’에 나선 측면이 있다.
이번 명퇴는 그동안 150명 규모였던 케이티의 신규 채용인원을 크게 확대하는 조처로 이어져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티 관계자는 “유무선 통합서비스와 디지털화 등 기술혁신으로 과거의 기술인력 대신 새롭고 젊은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며 “이번 명퇴로 신입사원과 인턴사원 채용을 700명 규모로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 쪽은 “인위적 구조조정이나 압력은 없다”고 밝혔지만, 서울의 한 전화국 등 일부 사업장에서는 명퇴 신청 면담 과정에서 책임자가 대상자를 특정하거나 업무전환이나 전배 등을 조건으로 명퇴를 압박했다는 잡음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합병 당시 구조조정 없이 신사업으로 시너지를 내겠다는 약속의 비현실성이 드러났다”며 “합병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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