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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원전 건설비용 폭등세…안전 논란에 경제성도 ‘덫’

등록 2010-01-18 22:43수정 2010-01-19 14:57

핀란드 올킬루오토섬에 건설중인 원자력발전소 공사 현장. 유럽에서 ‘원자력 르네상스’를 열 것으로 주목 받은 곳이지만, 공사 기간과 건설 비용이 갑절로 늘어나 ‘원전 경제성의 허구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출처 <위키피디아>
핀란드 올킬루오토섬에 건설중인 원자력발전소 공사 현장. 유럽에서 ‘원자력 르네상스’를 열 것으로 주목 받은 곳이지만, 공사 기간과 건설 비용이 갑절로 늘어나 ‘원전 경제성의 허구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출처 <위키피디아>
[‘원전 열풍’ 무엇이 문제인가] 상
‘장밋빛 셈법’ 공기 지연·비용 증가로 애물단지
핀란드 공사 맡은 아레바쪽 “23억유로 손실”
한국 ‘원전 80기 수출구상’ 손익 꼼꼼히 따져야
최근 정부가 2030년까지 80기에 이르는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내놨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에 이어 이른바 ‘원전 수출산업화’가 힘을 받는 모습이다. 그러나 원전의 안전성에서부터 경제성까지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장밋빛 전망에 감춰진 원전 정책의 허와 실을 두 차례로 나눠 짚어본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의 북서쪽에 있는 올킬루오토섬은 ‘원자력발전의 르네상스’를 펼칠 것으로 기대됐던 곳이다. 핀란드 전력회사 테베오(TVO)가 2005년 이 섬에 세계 최대 규모의 ‘올킬루오토 원전 3호기’를 짓겠다고 선언한 뒤부터다. 핀란드에선 30년 만에, 유럽 전체로도 15년 만의 첫 원전 건설이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따른 ‘원전 암흑기’가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착공한 지 4년이 지난 올킬루오토 3호기는 ‘핀란드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공사 기간이 마냥 늘어지고 건설 비용도 애초 계획치보다 갑절 늘어난 탓이다. 급기야 테베오는 지난해 10월 이 원전의 완공 시점을 2010년에서 2012년 이후로 미룬다고 발표했다. 이제 올킬루오토섬은, 원전이 다른 에너지원에 견줘 경제성이 높다는 주장의 허구성을 실증하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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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건설비용 폭등세…안전 논란에 경제성도 ‘덫’
원전 건설비용 폭등세…안전 논란에 경제성도 ‘덫’
600㎿급 유럽식 가압경수로형(EPR)인 올킬루오토 3호기는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주 경쟁에서 한국전력공사 컨소시엄과 경쟁했던 프랑스 아레바가 독일의 지멘스와 공동으로 수주했다. 아레바-지멘스 컨소시엄은 총공사비 300억유로, 공기 4년의 조건으로 이 공사를 따냈다. 그러나 2005년 착공 뒤부터 크고 작은 문제들로 몸살을 앓다가 공기가 계속 늦어지고 있다. 핀란드 정부는 아레바 쪽 기술을, 아레바는 핀란드 정부의 각종 규제를 탓하고 있다. 아레바 쪽은 이 공사에서 발생한 손실이 23억유로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아레바가 짓고 있는 유럽 내 또다른 초대형 원전인 프랑스 플라망빌 원전도 공기 지연과 건설비 증가로 진통을 겪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국외공사 수주에 들떠 있는 우리 정부나 한전 컨소시엄이 곱씹어봐야 할 현실이다.

원전 건설에는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나 기술 장애, 복잡한 규제와 지역갈등 등에 따른 변수가 워낙 많다. 그 때문에 착공 뒤 공기 지연이나 공사비 증가는 세계 어디서나 일반적인 현상이다. 심지어 논란 끝에 건설 계획을 확정한 뒤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 원전 원료인 우라늄 주산지로 꼽히는 캐나다 서스캐처원주에서는 최근 원전 건설 계획이 백지화됐다. 주정부에서 건설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한 결과다.

미국 연방에너지부 통계를 보면, 미국 내 75개 원전의 예상 건설비용은 340억달러였지만 최종 건설비는 1100억달러로 3배 이상 불었다. 원전 건설이 활발한 인도에서도 최근 완공된 10기의 원전 건설비가 예상치의 3배를 넘어섰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독일의 에너지 전문가 미하엘 슈나이더는 “현재 전세계에서 건설중인 원자로 45기 가운데 22기는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파악했다. 세계에너지기구(WEC) 분석치를 보면, 1970년대 66개월 걸렸던 원전 1기당 건설 기간이 1995년 이후에는 116개월로 늘었다.


2008년 7월 이후 잦은 방사능 물질 유출 사고로 물의를 일으켰던 프랑스 남부의 트리카스탱 원자력발전소의 모습. AFP 연합뉴스
2008년 7월 이후 잦은 방사능 물질 유출 사고로 물의를 일으켰던 프랑스 남부의 트리카스탱 원자력발전소의 모습. AFP 연합뉴스
각종 원자재 가격의 급등에다 그동안 원자력산업 전체의 위축에 따른 인력·기술 기반의 약화도 원전 건설 비용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하는 또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에는 원전 건설업체들끼리 한정된 인력과 기술을 서로 유치하려고 과잉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스스로 비용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부시 행정부 때 결정으로 다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에선 요즘 업계가 정부의 신용보증이나 보조금 지원을 공공연하게 요구한다. 다른 에너지원에 견줘 경제성이 있다는 논리를 스스로 뒤집는 꼴이다. 미국 원전회사 엔아르지(NRG)의 최고경영자인 데이비드 크레인은 최근 <비즈니스 위크>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 연방정부의 신용보증이 없다면 새 원전 건설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국 원전의 경제성 논란은, 2030년까지 원전 80기를 수출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구상에 대한 우려로도 이어진다. 특히 정부가 주목하는 원전 수출 시장은 대부분 금융비용 조달 여건이 나쁜 개발도상국인 탓에 위험부담이 더 클 수 있다. 정부는 그동안 축적된 시공 경험과 기술력으로 충분한 수주경쟁력을 갖추었다고 강조하지만, 문제는 덜컥 공사에 들어간 뒤 공사비 급증이나 공기 지연에 따른 위험부담이다. 보통 수백억달러에 이르는 국외 원전 공사에는 한전을 중심으로 기기제작·건설·금융업 등 여러 업종이 선단식으로 진출한다. 섣불리 뛰어든 국외 원전 공사가 국내 여러 업종, 나아가 국가경제 전체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최원형 이태희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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