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KT 간 벽 사라져…중고폰 이용도 가능
오는 4월부터 특정 휴대전화 단말기를 쓰기 위해 이 단말기를 공급하는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이 쓰던 유심(USIM·범용가입자식별모듈) 칩을 다른 이통사를 통해 공급된 휴대전화에 꽂으면 별도의 절차없이 통화가 가능해진다.
예를 들면, 티옴니아2를 쓰는 에스케이텔레콤(SKT) 가입자인 아내와 케이티(KT)를 통해 아이폰을 쓰는 남편이 서로 단말기를 바꾼 뒤 유심칩만 꽂아 자신이 가입한 통신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단말기를 구입하는 대신 유심칩과 서비스만 가입하고 중고 휴대전화기에 유심칩을 꽂아 쓸 수도 있게 된다. 유심칩을 쓰는 비동기식(SKT, KT) 3세대 휴대전화기는 이통사에 별도의 신청 없이 유심칩만 꽂으면 통신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엘지텔레콤(LGT)은 휴대전화기에 가입자 정보가 저장되는 동기식이라, 유심칩을 이용할 수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2일 회의를 열어 유심칩 이동 간소화방안을 마련하고 오는 4월 시행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국내 이통사들은 그동안 자사가 공급한 단말기끼리만 유심칩을 꽂아 쓸 수 바로 쓸 수 있도록 했고, 다른 이통사가 공급한 단말기를 사용하려는 이용자에겐 별도의 신청절차를 둬 최대 두달 뒤 서비스를 허용해왔다. 이번 ‘유심 개방’ 조처로, 이동통신사들이 특정 단말기를 공급하면서 보조금을 통해 가입자 유치 경쟁을 벌여온 기존 사업방식이 달라지게 됐다. 통신서비스에 단말기가 묶여 있던 게 풀리게 되면 다양한 차원에서 경쟁이 활발해지게 된다. 이통사는 특정 단말기 독점공급을 통한 가입자 확보보다 통신 요금과 서비스 경쟁에 주력하게 되고, 단말기 없이 통신서비스만 판매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단말기 보조금에 끌려 이통서비스에 약정계약을 하는 대신 서비스 품질이나 요금을 따져 이통사에 가입하고 원하는 단말기나 중고폰을 사용할 수 있다. 버려지던 중고폰의 활용도도 높아지게 된다. 휴대전화 고장이나 배터리 방전시 옆사람의 전화를 빌려 유심칩을 꽂아서 쓸 수도 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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