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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껌이 단순해 보이나요? 아이디어는 끝이 없죠”

등록 2005-06-14 18:28


명장을 찾아서

이의선 롯데제과 껌 · 캔디 연구팀장

“멕시코 치클처럼 부드럽게 말해요~.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롯데제과 연구실. 무척이나 익숙한 씨엠송이 울려퍼졌다. 껌·캔디 연구팀을 맡고 있는 이의선 팀장(54·이사·사진)의 핸드폰 벨소리다. 하루 스무개씩 28년 동안 20만개의 껌은 족히 씹었다는 ‘껌박사’답다.

20만개 맛본 껌박사
자이리톨 시대 활짝

“껌이 단순해 보이나요? 입냄새 제거 껌, 잠 쫓는 껌, 스트레스 해소용 껌…. 30년 가까이 껌을 개발했지만 아이디어는 끝이 없어요.” 이 팀장은 올해 ‘의치에 붙지 않는 자일리톨’을 새로 내놨다. 회사 게시판에 “어머니가 다시 껌을 씹게 돼 너무 좋아하십니다”는 글이 뜰 때면 마냥 흐뭇해진다.

이 팀장의 하루는 전날 공장에서 생산된 껌을 맛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제품 종류가 워낙 다양한 제과업계 특성상 어제는 ‘쥬시후레시 껌’을 생산했다면, 오늘은 ‘스피아민트 껌’을 생산하는 식이다. 이따금 라인 청소가 깨끗이 안되면 맛과 맛이 섞이는 실수가 생기기도 한다.

당연히 미각과 후각, 이빨이 가장 큰 재산이다. 맛, 향료, 질감 등 껌의 핵심요소들을 끊임없이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향도 하나하나 디자인 하는 겁니다. 향료 전문가들한테 사과향을 주문했다고 해서 딱 맘에 들진 않거든요. 예컨대 나는 ‘부사’ 사과향을 원하는데, 저쪽은 ‘국광’ 사과향을 들고 오는 겁니다. 그 차이를 가려내고, 더 달콤해야 하는지, 더 시원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게 제 몫이지요.” 게다가 질감에 이르면 오직 ‘껌박사’의 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3~5년은 지나야 껌맛을 겨우 볼 줄 알게 됩니다. 단순히 ‘달콤하다’‘질기다’가 아니라 ‘덜 익은 딸기맛이다’‘한국인의 턱과 이빨 구조상 탄력이 부족하다’는 식이어야 하니까요. 때문에 이빨 관리에 철저하지요. 저는 아직 충치 하나 없습니다.”

우리가 씹는 껌 대부분은 그의 손을 거쳐 나왔다. 현재 국내 껌시장 규모는 연간 3200억원대이고, 75%인 2400억원 정도를 롯데제과가 차지한다. 또 껌시장 판도를 바꿔놓은 자일리톨을 97년에 내놨고, 연간 2100억원대에 달하는 유사제품 시장의 67%를 휩쓸며 140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제 자일리톨은 롯데제과의 대표적 효자상품인데, 연간 600억원대인 새우깡이나 초코파이 시장보다 규모가 더 크다.

롯데제과는 67년 쿨민트·바브민트로 시작해, 72년 쥬시후레시·후레시민트·스피아민트 ‘3총사’로 껌시장의 표준을 세웠다. 또 97년 자일리톨로 기능성 껌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이 팀장은 77년에 껌과의 질긴 인연을 시작했으니, ‘3총사 껌’과 함께 껌 세계에 입문한 셈이다. 그는 입냄새 제거로 이름을 날린 ‘후라보노’ 등 기능성 껌의 문을 열어 제쳤고, 이제 ‘자일리톨 시대’를 한창 꽃피우고 있다.

미각 · 후각 · 이가 재산
아직 충치는 없답니다

이 팀장은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모든 것에 관련된 기능성 껌들을 만들어보고 싶어한다. 예컨대 기분전환용 껌 뿐만 아니라 ‘눈에 좋은 껌’ 등을 다채롭게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껌이 히트를 칠까 감을 잡아보는 건 지금도 항상 가슴을 뛰게 합니다.” ‘껌박사’는 달콤하고 쫄깃한 꿈을 꾼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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