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서 등록 철회·가맹 상담도 중단키로
동네슈퍼에 물건 대주는 도매사업 전념 선언
동네슈퍼에 물건 대주는 도매사업 전념 선언
신세계가 최근까지 물밑에서 기업형슈퍼(SSM) 가맹사업을 추진해왔으나, 앞으로 이를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신세계는 대신 동네슈퍼에 물건을 공급하는 사실상의 도매업 진출로 선회해, 경쟁사들의 기업형슈퍼 확장에 대항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영세 납품업자들은 이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허인철 신세계 경영기획실장은 24일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회사 차원에서 기업형슈퍼 가맹사업은 절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가맹사업은 수익성도 없고 중소상인들과 상생하기도 힘들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슈퍼, 지에스수퍼마켓, 롯데슈퍼 등은 중소상인들의 사업조정 신청으로 신규 출점이 어려워지자 슈퍼 가맹사업을 추진해, ‘편법 출점’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신세계 역시 지난달 말 ‘이마트에브리데이’ ‘에브리데이365’ 가맹사업 정보공개서 등록을 마치는 등 물밑으로 가맹점 사업을 진행해왔다. 실제 신세계는 24일까지도 공정거래위원회 누리집을 통해 가맹 희망자들에게 가맹사업 정보공개서를 열람시키고 담당 실무진은 가맹 상담을 받았다.
하지만 <한겨레>가 취재에 들어가자 신세계 쪽은 “경영진에선 이미 가맹사업 포기 결정을 내렸던 만큼 실무선에서 혼선을 빚은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허 실장은 “상표권 확보 차원에서 추진했거나 관련 팀이 연구 차원에서 이런저런 시도를 했을 수 있다”며 “25일 공정위에 요청해 가맹사업 정보공개서 등록철회 절차를 밟고 정보공개서 열람과 가맹 상담도 중단시키겠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기업형슈퍼 가맹사업을 접는 것과 함께 직영점 출점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허 실장은 “집 근처 동네슈퍼에서 물건을 사고 싶어하는 고객과 차를 끌고 나와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싶어하는 고객은 둘 다 사라지지 않는다”며 “하나는 중소상인의 몫이고 다른 것은 기업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난달 말 슈퍼 출점을 중단한 지 열달 만에 판교에 새 점포를 열었지만 슈퍼 사업에 큰 의지는 없다”며 “영세상인이 자리잡지 않은 판교·송도 같은 신도시에나 점포를 내고 그것도 가능한 한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신 신세계는 동네슈퍼의 물건 구매를 대행하는 사업에 관심을 쏟고 있다. 신세계가 동네슈퍼의 구매를 대행할 경우, 이마트는 구매력을 키워서 제조업체와 가격협상에 좀더 유리해지고 동네슈퍼는 싼값에 물건을 넘겨받는 ‘윈-윈’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동네슈퍼에 물건을 납품해오던 영세 대리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이들은 “영세 도매업자를 파산으로 몰고 간다” “동네슈퍼를 이마트에 완전히 종속시킨다”는 주장을 펼치며 반발하고 있다. 동네슈퍼들이 당장은 물건을 싸게 들여올 수 있을지 몰라도 기존 도매납품업 생태계가 모두 무너지고 나면 이마트가 무리한 조건을 내걸어도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허 실장은 “우리는 이마트의 구매력을 키워 소비자 물가를 낮추고 대형마트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골목상권을 직접 겨냥한 경쟁사 기업형슈퍼에 대항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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