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경제] 아하 그렇구나
한은, 중소기업 위해 은행에 초 저금리 자금 지원
7월부터 총액한도 1조5천억 축소…출구전략 ‘시동’
한은, 중소기업 위해 은행에 초 저금리 자금 지원
7월부터 총액한도 1조5천억 축소…출구전략 ‘시동’
정부가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를 통해 정책 기조를 안정화 쪽으로 맞춰 잡은 지난 24일 한국은행은 7월부터 적용될 3분기 ‘총액한도대출’의 한도를 10조원에서 8조5000억원으로 낮췄습니다. 2008년 10월에 절정으로 치달았던 글로벌 금융위기 뒤 많이 늘렸던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이려는 의지를 내보인 것입니다. 넓은 의미의 ‘출구전략’입니다.
총액한도대출은 말 그대로 ‘총액’의 ‘한도’를 미리 정해놓은 ‘대출’이란 뜻입니다. 은행들로 하여금 중소기업 대출을 많이 해주도록 유도하기 위해 한은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금융입니다. 1994년 3월에 도입됐지요. 이전에는 금융기관의 중기 대출 실적에 따라 무제한 지원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제도 시행 뒤부터는 한도를 정해놓고 은행별 중기 대출 실적을 고려해 분기 한도 범위에서 다달이 한도를 배정하는 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상업어음 할인, 무역금융 및 소재·부품 생산자금대출의 평균잔액(평잔)과 신규 취급실적에 따라 비례배분하는 방식으로 대출이 이뤄집니다. 대출 한도를 정하는 주체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입니다.
총액한도대출은 중기 지원용으로 쓰이는 사정을 고려해 ‘한은 기준금리’보다도 훨씬 낮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전에는 연 3.5%였던 게 계속 낮아져 지금은 1.25%까지 떨어져 있습니다. 물론 은행들이 중기들에 실제로 돈을 꿔줄 땐 신용도 등을 고려해 이보다 높은 금리를 받습니다.
대출 한도를 줄이면, 당연히 시중 유동성이 줄어드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한은이 지급준비율·재할인율을 높이거나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하는 것과 같은 식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이지요. 한은의 이번 조처가 넓은 뜻의 출구전략(금융위기 때 취한 비상 조처들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입니다. 한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게 곧 거시경제 정책의 방향을 가늠하는 척도인 셈입니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이 많이 이뤄지도록 유도하기 위해 2008년 11월과 2009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총액대출한도를 3조5000억원 늘린 바 있습니다. 그동안 줄곧 늘려오던 데서 이번에야 비로소 줄이는 태도로 돌아선 것입니다.
정부의 거시경제 정책 변화 흐름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한은은 한도 축소 배경에 대해 “국내 경기의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소기업 자금사정이 개선되고 은행의 여신공급 여력도 크게 확대됐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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