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상인살리기 전국네트워크 회원들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소문 시청별관 앞에서 기업형 슈퍼(SSM) 규제를 촉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재벌슈퍼들 형식바꿔 입점
“가맹점도 사업조정 적용을”
“가맹점도 사업조정 적용을”
동네슈퍼 주인 권혁동(46)씨는 3일 서울 서소문동 시청별관 앞에 펼침막을 들고 나섰다. “이명박 정부는 말로만 ‘친서민’ 말고 재벌슈퍼부터 규제하라”는 구호가 쓰인 펼침막이다. 권씨 부부는 현재 서울 송파동에서 83㎡(25평) 남짓한 작은 슈퍼를 운영한다. 주변에는 권씨 부부와 엇비슷하게 부부가 운영하는 생계형 슈퍼 10군데쯤이 몰려 있다. 권씨는 지난달 홈플러스 슈퍼 가맹점이 개점 공사를 강행하자 시위에 나섰다. 권씨는 “홈플러스 송파점은 지난해 사업 일시정지 권고를 받았고 서울시가 진행한 자율조정에서도 점포 철수를 권고했던 사례”라며 “서울시는 대기업이 가맹점 전환 방침을 밝히자 일시정지를 철회하고 무력하게 방치중”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상인들은 지난달 30일 이 가맹점에 대해서도 사업조정을 신청한 뒤 오세훈 시장에게 기업형슈퍼 가맹점 사업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친서민 정책을 연일 강조하는 정부와 여당이 기업형슈퍼(SSM) 가맹점이 빠르게 늘어나는데도 아무런 조처 없이 뒷짐을 지고 있는 데 대해 중소상인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기업들이 출점을 자제하던 5월 말에는 기업형슈퍼 가맹점이 홈플러스 6개, 지에스수퍼 3개, 롯데슈퍼 1개로 모두 10개에 그쳤다. 하지만 3일 현재 가맹점은 홈플러스 15개, 지에스수퍼 8개, 롯데슈퍼 2개로 모두 15개가 늘어나 25개가 됐다. 두달새 2.5배로 늘어난 셈이다.
이날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등 중소상인단체들은 서울 서소문동 시청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인천 등 곳곳에서 재벌슈퍼들이 가맹점 형식으로 서둘러 입점하고 있다”며 “중소상인들이 기업형슈퍼 가맹점에 대해서도 새로 사업조정 신청을 내고 있으니 중소기업청은 하루빨리 가맹점도 사업조정이 가능하다는 지침을 발표하고, 서울시와 인천시 등 사업조정 신청을 받은 지자체는 사업조정 절차를 조속히 개시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이명박 정부와 여당이 연일 ‘친서민’과 ‘중소기업 살리기’를 강조하고 있는데 말로만 ‘친서민’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친서민과 중소기업 살리기의 핵심인 중소자영업자 살리기 대책을 시급하게 시행해야 한다”며 “8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정부와 여당이 발목을 잡고 있는 기업형슈퍼 규제법부터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소상인들은 지난 5월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가 기업형슈퍼 가맹점이 사업조정 대상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광역시·도지사 몫이라고 결정한 데 힘입어, 최근 인천·서울시 등을 상대로 가맹점 5곳에 대해 사업조정 신청을 새로 낸 상태다. 송영길 새 시장이 들어선 인천시는 최근 “기업형슈퍼 가맹점이 사업조정 대상인지를 검토하겠다”며 대기업에 사실상 입점 보류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달라진 모습을 내비쳤지만, 오세훈 시장이 재선된 서울시는 별다른 태도 변화가 없는 상태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정재식 본부장은 “정부가 립서비스만 하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개점 강행에 들어가자 중소상인들이 대기업 직원들과 충돌을 빚는 등 부담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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