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위-은행 ‘법원 수사명령·화해’ 해석 공방
외환파생상품인 키코(KIKO)의 손실 책임 논쟁이 나라 밖으로 번지고 있다. 인도의 키코 피해 수출 기업들이 지난 17일 서울에서 연 기자회견에 대해 한국의 은행연합회가 반박 자료를 내자, 인도 기업들이 재반박 자료를 내놓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인도 중앙수사국의 수사 내용이다. 중앙수사국이 수사에 나서면서 인도의 은행들이 피해 기업들과 화해에 나서게 된 점을 감안하면, 피해 기업들과 화해할 뜻이 없는 한국의 은행연합회로서는 피해갈 수 없는 쟁점이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는 “인도 오리사 고등법원이 중앙수사국에 수사를 명령한 것은 은행이 아니라 기업의 사기 혐의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라며 “인도 중앙수사국은 오리사 고등법원의 수사 명령이 내려지기 전에 실시한 예비조사에서 은행의 범죄공모가 없었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도 외환파생상품 소비자포럼’(이하 인도 포럼)은 “중앙수사국의 (예비조사를 통한) 추측에도 불구하고, 오리사 고등법원은 은행들을 상대로 전면적인 재수사를 명령했다”며 “수출업체들을 형사 처벌하려고 했다면 중앙수사국은 수출업체들에 대한 조사를 명령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은행연합회는 또 “대법원이 수사중지 결정을 내려 더 이상 수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도 포럼은 “인도의 은행들은 중앙수사국의 수사를 지시한 오리사 고등법원의 명령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지난 10월19일 대법원에 제출했다”며 “대법원은 최종 결정이 있을 때까지 잠정 정지만을 명령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논쟁이 흥미를 끄는 이유는 인도와 한국의 키코 사태가 거의 같은 시기에 흡사한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외국자본이 갑자기 밀려들면서 인도의 루피와 한국의 원화 환율이 급격하게 떨어졌고, 은행들은 환손실을 줄이는 방법으로 키코를 판매했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로 두 나라의 환율이 급등하면서 기업들이 큰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은행이 기업들에게 위험성을 충분히 알리지 않은 불완전 판매나 기업들이 투기목적으로 적극적으로 키코에 가입했는지 여부에 대한 공방도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은행들이 대처하는 방식은 사뭇 달랐다고 피해 기업들은 주장한다. 이들은 한국과 달리 인도 은행들이 피해 업체들과 손실의 60~90%를 책임지는 화해를 한 것을 대표적 사례로 든다. 은행과 화해한 기업은 전체 피해 기업의 10%인 60여곳에 이른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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