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처리시한 12월2일인데 8년째 파행 거듭
국고보조금 사업 등 지연돼 결국 국민 피해
국고보조금 사업 등 지연돼 결국 국민 피해
올해도 국회는 어김없이 ‘예산안처리 법정 시한’을 넘겼습니다. 우리 헌법은 새 회계연도가 시작하기 30일 전인 12월2일까지 국회가 예산안을 심의·확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2일 국회는 예산안을 본회의에 올려 처리하는 대신에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계수조정소위원회 1차 회의를 겨우 시작했습니다. 계수조정소위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15개 상임위원회가 예비심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예산 증감의 세부내역을 최종 조정하는 구실을 합니다. 그렇게 조정한 예산안이 예결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확정 절차가 막을 내리게 되는 것입니다.
헌법은 예산안 처리에 왜 법정 시한을 두고 있을까요? 간단히 말하면 새해 예산이 차질 없이 집행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정부는 국회가 예산안을 확정한 이후로도 상당히 많은 작업을 진행해야 돈을 쓸 수 있습니다. 최종 의결된 예산안은 돈의 쓰임새와 지출규모를 정하고 있지만, 이 돈이 어느 시점에 나가야 할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또 정부는 그해 거둬들이는 세수를 바탕으로 지출을 진행하는데, 세금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것도 아니라서 돈을 한꺼번에 지출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 몇 분기 또는 몇 월달에 얼마의 금액을 각 정부 부처,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 차례로 배정해야 할지를 정해야 합니다. 이를 ‘예산배정계획’이라고 하는데, 이를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기까지 적어도 일주일이 걸린다고 합니다.
또 정부가 예산이 배정된 사업을 시행하려면 사업 공고를 내거나 계약을 체결하는 등 ‘지출원인행위’라는 절차도 밟아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5~35일, 평균잡아 15일 정도가 소요됩니다. 이밖에도 예산배정계획에 따라 각 부처 등에 자금을 나누어주는 자금배정계획을 짜는 데도 7일가량이 걸린다고 하지요.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인 12월2일에 국회가 심사·확정을 마친다 해도 빠듯한 일정이 남아 있는 셈입니다.
게다가 국회 예산안 처리가 마냥 늦어지면, 지자체 예산안 처리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이들은 중앙정부 예산안 확정이 늦어지면 국고보조금을 받아서 하는 사업들을 추경예산을 편성할 때로 미뤄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체예산 중심으로 지자체 예산안 의결을 해버리게 되는 것이지요. 이럴 경우 국고보조금 사업은 하반기에나 집행이 시작되고 예산이 제때 제자리에 쓰이지 못하는 일이 속출하게 됩니다.
국회가 예산 처리를 제때 못하면 결국 국민들이 피해자가 됩니다. 모든 절차가 차례로 지연되면서 정책 추진도 늦어질 것이고 복지사업으로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제때 돈이나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일도 빚어지게 되겠지요. 하지만 국회는 올해로 8년 연속 법정 시한을 넘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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