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앞줄 가운데)이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2011년 국토해양부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앞줄 오른쪽)과 모강인 해양경찰청장(왼쪽)이 나란히 앉아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토부 ‘민간 주택건설 활성화’ 대책보면
분양가상한제 폐지- 건설사 구조조정 필요한데…부실 뒷받침하는 꼴
미분양 매입 확대- ‘공급과잉’ 혈세로 떠받쳐…업체 도덕적 해이 불러
보금자리 원형지 공급- 건설사 특혜 논란에 강제 토지수용 명분도 취약 국토해양부가 새해 업무보고를 통해 내놓은 ‘민간 주택건설 활성화’ 주요 대책들은 정부 부동산 정책의 무게중심이 ‘집값 안정’보다는 ‘거래 활성화’ 쪽으로 확실히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성달 시민감시국 부장은 “정부가 올해까지는 보금자리주택이나 반값아파트로 집값 안정에 의미있는 정책들을 내놓았지만, 지난 8·29 대책 발표 때부터 민간 건설사 살리기 쪽으로 확실하게 돌아선 모습을 보여주더니 새해 업무계획은 이를 본격화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분양가 상한제 폐지 민간택지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도록 주택법을 개정하는 것은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건설업계의 숙원이다. 한나라당은 이를 당론으로 정했고, 정종환 국토부 장관 역시 공공연하게 분양가 상한제 폐지의 필요성을 거론해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집값 안정을 바라는 중산·서민층을 제쳐두고 공급자인 건설사의 부실사업들만 떠받쳐주는 성격이 짙다고 비판한다. 부동산 거품을 업고 민간 건설사와 저축은행들이 무분별하게 부동산 개발(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들에 뛰어들어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사업성 없는 사업을 투기 수요로 정상화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도시행정학)는 “현재 부동산 시장은 적절하게 하향 안정화로 접어들고 있는데, 정부가 투기 수요를 살리고 거품을 일으켜 부실한 피에프 사업들을 떠받치려 하고 있다”며 “사업성이 없는 부동산 피에프 건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이런 데 투자한 은행과 건설사를 단계적으로 구조조정하는 게 진짜 해법”이라고 말했다. 변 교수는 또 “잘못된 정책으로 부동산 거품을 꽤 오래 끌고 갈 수도 있겠지만, 이럴 경우 가계는 빚에 허덕이고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과도한 부동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탓에 경제 전체가 큰 부담을 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 미분양 주택 공적자금 매입 준공 이전 미분양 주택 매입을 지방권역에서 서울을 뺀 수도권까지 확대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대한주택보증이 미분양 아파트들을 준공 이전 단계에서 분양가의 50%로 사들였다가 준공 이후 건설사가 원하면 금융비용 정도를 얹어서 다시 되파는 ‘환매조건부 매입’을 수도권 미분양 물량 2만7000여가구에도 확대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방은 미분양 물량이 줄어들었는데 수도권 미분양은 큰 폭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보금자리주택 민간 참여 확대로 공급 촉진 정책을 쓰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공급 과잉을 정부가 혈세로 떠받쳐주려는 상황 자체가 모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거품 분양가를 지불하고 아파트를 분양받은 대가로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떠안게 된 주택 소비자들에게는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으면서 건설사들한테만 너그러운 점도 도덕적 해이를 부른다.
■ 보금자리주택 민간 참여 확대 국토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보금자리주택지구 안 민간택지에 대해서 원형지 공급을 추진하기로 한 것도 건설업계에 대한 특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원형지 공급은 지난해 세종시에서 처음 추진됐던 것으로, 정부가 수용한 땅의 개발권을 민간에 넘기는 방식이다. 이런 원형지 공급에 대해선 공공택지의 개발이익을 민간에 나눠줘 공익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경제금융부동산학부)는 “엘에이치가 가져가는 공공택지 개발이익은 다른 공익사업에 재투자되지만 민간 건설사는 그렇지 않다”며 “특혜 논란과 함께 국민의 재산권을 제약하는 강제 토지수용의 명분이 취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원형지 공급은 또 현행 공공택지 분양가 상한제마저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는 “보금자리지구의 택지는 사실상 모두 공공택지라서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지만, 원형지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보금자리 개발사업에 진출한 민간 건설사들은 예외적으로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분석이다. 정세라 기자, 허종식 선임기자 seraj@hani.co.kr
미분양 매입 확대- ‘공급과잉’ 혈세로 떠받쳐…업체 도덕적 해이 불러
보금자리 원형지 공급- 건설사 특혜 논란에 강제 토지수용 명분도 취약 국토해양부가 새해 업무보고를 통해 내놓은 ‘민간 주택건설 활성화’ 주요 대책들은 정부 부동산 정책의 무게중심이 ‘집값 안정’보다는 ‘거래 활성화’ 쪽으로 확실히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성달 시민감시국 부장은 “정부가 올해까지는 보금자리주택이나 반값아파트로 집값 안정에 의미있는 정책들을 내놓았지만, 지난 8·29 대책 발표 때부터 민간 건설사 살리기 쪽으로 확실하게 돌아선 모습을 보여주더니 새해 업무계획은 이를 본격화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분양가 상한제 폐지 민간택지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도록 주택법을 개정하는 것은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건설업계의 숙원이다. 한나라당은 이를 당론으로 정했고, 정종환 국토부 장관 역시 공공연하게 분양가 상한제 폐지의 필요성을 거론해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집값 안정을 바라는 중산·서민층을 제쳐두고 공급자인 건설사의 부실사업들만 떠받쳐주는 성격이 짙다고 비판한다. 부동산 거품을 업고 민간 건설사와 저축은행들이 무분별하게 부동산 개발(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들에 뛰어들어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사업성 없는 사업을 투기 수요로 정상화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도시행정학)는 “현재 부동산 시장은 적절하게 하향 안정화로 접어들고 있는데, 정부가 투기 수요를 살리고 거품을 일으켜 부실한 피에프 사업들을 떠받치려 하고 있다”며 “사업성이 없는 부동산 피에프 건들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이런 데 투자한 은행과 건설사를 단계적으로 구조조정하는 게 진짜 해법”이라고 말했다. 변 교수는 또 “잘못된 정책으로 부동산 거품을 꽤 오래 끌고 갈 수도 있겠지만, 이럴 경우 가계는 빚에 허덕이고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과도한 부동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탓에 경제 전체가 큰 부담을 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 미분양 주택 공적자금 매입 준공 이전 미분양 주택 매입을 지방권역에서 서울을 뺀 수도권까지 확대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대한주택보증이 미분양 아파트들을 준공 이전 단계에서 분양가의 50%로 사들였다가 준공 이후 건설사가 원하면 금융비용 정도를 얹어서 다시 되파는 ‘환매조건부 매입’을 수도권 미분양 물량 2만7000여가구에도 확대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방은 미분양 물량이 줄어들었는데 수도권 미분양은 큰 폭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보금자리주택 민간 참여 확대로 공급 촉진 정책을 쓰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공급 과잉을 정부가 혈세로 떠받쳐주려는 상황 자체가 모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거품 분양가를 지불하고 아파트를 분양받은 대가로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떠안게 된 주택 소비자들에게는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으면서 건설사들한테만 너그러운 점도 도덕적 해이를 부른다.
■ 보금자리주택 민간 참여 확대 국토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보금자리주택지구 안 민간택지에 대해서 원형지 공급을 추진하기로 한 것도 건설업계에 대한 특혜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원형지 공급은 지난해 세종시에서 처음 추진됐던 것으로, 정부가 수용한 땅의 개발권을 민간에 넘기는 방식이다. 이런 원형지 공급에 대해선 공공택지의 개발이익을 민간에 나눠줘 공익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경제금융부동산학부)는 “엘에이치가 가져가는 공공택지 개발이익은 다른 공익사업에 재투자되지만 민간 건설사는 그렇지 않다”며 “특혜 논란과 함께 국민의 재산권을 제약하는 강제 토지수용의 명분이 취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원형지 공급은 또 현행 공공택지 분양가 상한제마저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는 “보금자리지구의 택지는 사실상 모두 공공택지라서 분양가 상한제 폐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지만, 원형지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보금자리 개발사업에 진출한 민간 건설사들은 예외적으로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분석이다. 정세라 기자, 허종식 선임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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