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월세 대책
전문가들 근본적 대책 촉구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전세대책에 전월세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는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방안이 빠져 있다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주택시장에서 ‘전세의 소멸’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세는 전세 보증금을 끼고 집을 사서 집값이 오른다는 것이 전제되거나, 보증금을 활용해 금리수익을 얻을 수 없다면 집주인으로서는 득될 것이 없는 제도다. 집값 침체나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 전세시장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케이비(KB)국민은행 자료를 보면 6개 광역시의 임대차 형태에서 전세 비중은 2008년 말 55%에서 지난해 말 49%로 줄었다. 이런 전세 소멸에 속도조절이 있지 않으면 서민과 중산층이 크나큰 고통을 겪게 된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도시행정학)는 “단순히 민간임대 공급확대 정책으로는 월세만 늘어나게 되니 전세 소멸 속도를 조절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집주인 전세소득세 부과를 한시적으로 조절하거나 전세 소멸 과정에서 월세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지 않도록 임대료 인상을 통제해 세입자들의 고통을 경감하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이명박 정부가 한정된 공공택지에서 보금자리주택 분양사업을 하기 위해 장기전세 임대물량을 줄였는데, 아랫돌 빼서 윗돌 괸 부작용이 전세 부족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장기전세 임대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가 민간임대주택 공급물량을 늘린다는 명목으로 건설사 지원에만 팔을 걷어붙이고 임차인을 보호할 실질적 장치를 만들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도 높다. 현재 박영선 의원(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는 임차인에게 한 차례에 한해 전세계약 갱신을 요구할 권한을 주고 전세보증금이나 월세 등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5~10%)을 시행령으로 정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김남근 변호사는 “프랑스나 독일은 임대료 상한선 등 통제장치를 갖추고 있으며, 공공임대주택 비중도 20% 가까이 된다”며 “공공임대주택이 4% 수준으로 민간임대주택 의존이 큰 우리 상황에서는 세입자를 직접 보호할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변창흠 교수는 ‘공공등록 민간임대주택’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민간임대주택 소유자가 지자체 등과 계약을 맺어 장기 임대기한을 보장하고 임대료도 연간 일정 수준 이상 올리지 않을 것을 약정하면, 다양한 세제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민간주택 임대료 통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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