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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전세 씨가 말랐다는데… 텅텅 빈 은평뉴타운

등록 2011-02-13 19:10수정 2011-02-14 09:05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은평뉴타운 10단지 아파트에 입주한 가구가 거의 없어 지난 12일 저녁 8시20분께 불 켜진 집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울 은평구 진관동 은평뉴타운 10단지 아파트에 입주한 가구가 거의 없어 지난 12일 저녁 8시20분께 불 켜진 집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10단지 열곳중 일곱 ‘빈집’
매입자들 팔기위해 버텨
정부 주택정책 ‘허상’ 방증
전세대란 속에서 세입자들은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데, 한쪽에서는 번듯한 아파트 단지에 불 꺼진 빈집이 수두룩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전월세 수요가 많은 소형 분양주택과 임대주택을 도외시한 채 중대형 분양주택 위주로 공급을 쏟아냈던 서울시내 뉴타운의 어두운 그늘이다.

지난해 12월 은평뉴타운 아파트로 전세를 들어온 강아무개(54·주부·서울 진관동)씨는 지금도 빈집투성이인 유령 동네 한복판에서 살고 있다. 강씨는 “이사온 지 한달 동안은 40여가구 한 동에 두세 집만 불이 켜져 있었다”며 “입주 마감이 지난 지금도 대형은 아예 텅 비었고, 나머지도 열 집 가운데 적으면 두세 집, 많으면 서너 집만 사람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강씨가 사는 10단지는 지난해 7~8월 분양이 이뤄져 12월~1월 입주를 마감했지만 여전히 ‘불 꺼진 아파트’로 남아 있다. 실제 열 집 가운데 두 집은 미분양으로 팔리지 않았고, 네 집은 분양을 받고도 분양가의 80%인 잔금 납부를 미뤄 미입주 상태로 남아 있다. 공식적인 입주율은 전체 334가구 가운데 128가구가 잔금 납부를 마쳐 38%이지만 매매 편의를 위해 집을 비워둔 주인들도 있어서, 실제 빈집은 열 집 가운데 일곱 집을 웃돈다.

강씨는 “경기도 분당에서 전세를 살면서 예전에도 1억원 이상 전셋값이 뛰어 평수를 줄여 옮겨간 적이 있다”며 “이번에 또다시 치솟는 전셋값과 교통 문제로 은평뉴타운으로 이사를 했는데, 여기는 전세난에도 빈집투성이니 주택정책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다”고 개탄했다.

13일 서울시 에스에이치공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 사이에 순차적으로 입주를 마감한 은평뉴타운 3지구의 분양 단지 2748가구 가운데 잔금 납부를 마친 가구는 지난 10일 현재 1871가구로 공식적인 미입주율은 32%로 파악됐다. 잔금을 내고도 비워둔 집을 고려하면 실제 빈집은 더 많아서 열 집에 서너 집 이상 된다.

은평뉴타운은 2008년 첫 입주 이래 불 꺼진 아파트 대란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집값 상승기에 다주택 투기자들의 수요를 겨냥해 지은 전용면적 101~167㎡(41~66평형)짜리 중대형 아파트들이 미분양과 미입주로 빈집 대란의 주역이 됐다. 실수요자들보다는 투기 차익을 노리는 주택 수요자들을 위한 집을 지나치게 많이 지은 수급 불균형의 결과로, 분양 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런 중대형 아파트들은 분양가만 5억~10억원대에 이른다.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정부가 전세난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빈집이 널린 은평뉴타운은 여전히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른 상태다. 이 지역 부동산의 공인중개사는 “은평뉴타운 10개 단지 1만5000여가구를 통틀어 전세 물건이 20개 안팎”이라며 “그나마도 4억~6억원짜리 집에 2억~3억원씩 융자가 들어 있는 물건이 많다”고 말했다. 현지 부동산에서는 전세를 찾는 이들에게 잔금 납부를 미루고 있는 분양권자한테 웃돈(프리미엄)을 얹어주고 미등기 매물을 살 것을 권했다. 은평뉴타운 중대형은 2008년 말 현 정부의 전매제한 완화로 최초 분양 계약자가 잔금을 치르고 입주 등기만 마치면 바로 전매가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투기 목적의 계약자들은 분양가의 80%에 이르는 잔금 납부를 미루고 있다가 매수자가 나서면 매수자 돈으로 잔금을 치르고 입주 등기와 동시에 소유권을 넘기는 복등기 방식으로 전매 차익을 실현하는 게 가능하다. 당장 주택 매매 경기만 활성화하면 분양가의 10~20%인 계약금·중도금만 투자하고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분양권 웃돈을 챙길 수 있는 셈이다. 물론 매매경기가 활성화하지 않으면 장기 미입주에 이은 계약 해지 사태를 부를 수도 있다.

은평뉴타운 빈집 대란의 배경에는 매매경기 침체로 자기 집을 팔지 못해서 입주 잔금을 못 치르는 이들도 일부 있다. 그러나 정부가 집값 상승 신호를 보내기만을 기다리는 다주택 투기자들의 ‘버티기’가 주된 원인이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평가다. 수억원의 무리한 주택담보대출로 잔금을 치른 뒤 집값 상승 신호를 기다리며 힘겨루기를 하거나, 잔금 납부를 미루는 이들이 빈집을 늘리고 있는 셈이다. 은평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는 민간 건설사들의 미분양 물량도 빈집 늘리기에 한몫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세대란을 구실로 집값 띄우기에 나서는 것은 투기세력의 집값 버티기를 인정해주는 결과가 될 뿐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총부채상환비율(디티아이) 완화 연장 등으로 현재도 위험한 수준인 부동산 가격 거품을 키울 게 아니라, 집값의 하향 안정화를 유도하고 장기적으로 세입자들의 주거안정을 꾀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정부의 2·11 전세 추가대책이 나온 직후 트위터를 통해 “정부가 내놓은 추가 전세대책은 다주택 투기자들이 임대사업자로 전환하는 혜택을 주고 민간 건설 임대에 세금과 보조금 혜택을 주는 등 전세난을 핑계로 건설·부동산 업계 민원을 해소해주는 대책”이라며 “지금의 전세난은 정부의 집값 떠받치기에서 오는 시장교란 때문이라서 집값 거품을 시장원리에 따라 빠지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자 정석”이라고 말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도 “세입자에게 직접 혜택이 되는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 부여, 인상률 상한제와 임대차 등록제 도입 등을 논의하는 원포인트 국회를 빨리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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