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 1096.70원…2년6개월만에 1000원대 진입
원-달러 환율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000원대로 내려섰다. 그동안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1100원선을 지지해 왔으나, 최근 ‘고환율로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수출 대기업에만 특혜를 주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50원 내린 1096.70원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전인 2008년 9월10일(1095.50원) 이후 2년6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이날 환율 하락은 외국인의 주식 매수,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등이 원인이지만, 좀더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원화 절상(환율 하락)을 용인했기 때문이다. 한 외국계 은행 외환딜러는 “최근 당국 움직임과 발언 등을 통해 당국이 1100원을 고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며 “이날도 1100원이 깨지자 정부 개입이 들어오긴 했으나 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특정 환율을 목표로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지만, 정부가 그동안 사실상 1100원선을 ‘마지노선’으로 삼아 시장 개입을 해온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금융위기 이후 1500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2009년 하반기부터 점차 안정됐으나 1100원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해 4월26일(1104.10원), 11월5일(1107.30원), 올해 2월8일(1104.70원) 등 환율이 1100원에 근접할 때마다 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여 환율을 끌어올렸다. 환율이 높게 유지되면서 수출기업은 호황을 누릴 수 있었고, 이는 지난해 우리 경제가 6.2% 성장을 하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올해 ‘물가대란’이 현실화하면서 고환율 기조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고환율은 수출에는 도움이 되지만 우리나라처럼 원유와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해야 하는 나라에서는 물가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30일 국회 민생대책특위에서도 정범구 의원(민주당)이 “고환율 정책으로 대기업은 배부르지만, 국민은 허덕이고 있다”고 말하는 등 비판 발언이 쏟아졌다. 더구나 1일 나오는 3월 물가는 5%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는 4월 재보선까지 앞둔 상황에서 어느 정도 환율 하락을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 외환당국 고위 관계자는 “(원화 절상) 방침이 이미 섰었는데, 최근 중동·일본 사태 등이 터지면서 시장이 도와주질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여전히 올해 5% 성장률을 고집하고 있고 이를 위해서는 수출 증대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정부가 ‘고환율 기조’를 완전히 포기하고 큰 폭의 환율 하락을 용인할지는 미지수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환율이 당분간은 1080~1100원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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