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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할인점-중소상점 상권다툼’ 유럽도 닮은꼴

등록 2005-07-03 18:01

지난 24일 오전 런던의 테스코 주주총회장 앞에서 엔지오 관계자 20여명이 모여 ‘테스코 권력’을 우려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은 테스코를 상징하는 풍선인형에 빵집·식료품점 주인 등이 밀려나는 시늉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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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전 런던의 테스코 주주총회장 앞에서 엔지오 관계자 20여명이 모여 ‘테스코 권력’을 우려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은 테스코를 상징하는 풍선인형에 빵집·식료품점 주인 등이 밀려나는 시늉을 하는 모습. \

지방의회가 유통갈등 조정

영국등 곳곳 할인점 반대운동속
중소상인·소비자대표 의사 반영
민주적 절차 통해 규제수위 조절

“영국 도시들의 풍경이 복제품처럼 똑같아지고 있다.”

슈퍼마켓, 대형 할인점으로 영국 장바구니를 틀어쥔 ‘테스코’를 경계하는 말이다. 3일 테스코에 반대하는 영국의 인터넷 웹사이트 ‘테스코폴리’(tescopoly.org)는 “상점 생태계의 다양성이 소멸하고 있다”며 “대기업 유통체인의 확대를 막고 빵집·생선가게 같은 개별 소상점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테스코폴리는 환경·농민 단체들이 지난달 23일 공동 개설한 사이트로, 영국 각지의 테스코 출점 반대 운동을 지원한다.

지난달 24일 테스코 주주총회가 열린 런던의 엘리자베스2세 콘퍼런스 센터 앞에선 ‘테스코 팽창 반대 시위’도 함께 열렸다. 테스코는 이날 “13개국 2365개 점포의 지난해 총매출이 10.5% 늘어난 데 이어 올 1분기 매출도 14.6%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행사장 앞에서 만난 슈퍼마켓 운동가 비키 허드는 “중소 상점들이 망하면 지역공동체 안에서 돈이 흘러다니는 경제의 연대구조가 깨진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안티-이마트’ 사이트가 개설되는 등 대형 할인점 출점 논란이 계속되는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 영국에서도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대형 할인점 규제와 관련된 법령 개정 등을 둘러싸고 할인점 업계와 중소상인들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까르푸(프랑스계)·메트로(독일계)·테스코(영국계) 등 수천평의 대형 할인점과 대기업 체인 슈퍼마켓들은 유럽 소비자들의 쇼핑 습관을 통째로 바꿔놨다. 특히 테스코는 “영국내 식료품 소비 3파운드 가운데 1파운드를 가져간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다. 런던 테스코 켄싱턴점에서 만난 60대 주부 마리아 세라는 “가격이 싸기 때문에 할인점에서 장을 본다”며 “작은 상점들이 어려움을 겪는 건 어쩔 수 없는 시대 변화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유럽 각국의 대형 유통시설에 대한 규제는 강도에 차이가 있지만 지방의회나 도시계획위원회 등을 통해 갈등을 조정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지역주민·중소상공인·소비자 대표들이 직·간접적으로 의사를 반영해가는 민주적 절차가 강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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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런던 북쪽 에핑포레스트 지방의회는 오는 6일 새 테스코 점포의 24시간 영업허가를 놓고 표결에 들어간다. 이 지역 언론인인 테스 맥더모트는 “24시간 영업이 소음과 교통상황 악화만 초래한다는 비판 등 다양한 의견들이 논의될 것”이라며 “소도시들은 흔히 테스코의 팽창을 수용하는 대신 도로나 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를 얻어내는 쪽으로 기운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유통체인에 대한 정서는 지역마다 제각각이다. 실제로 인구가 13만명 정도인 영국 도시 노리치의 지방의회는 지난 3월 테스코 입점을 아예 부결시키기도 했다. 이들은 테스코가 빅토리아 양식의 도시 미관을 훼손시키고, 지역의 개성적인 상점들을 고사시키며, 교통체증과 함께 도보와 자전거 통행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반대했다. 유럽에선 도시계획, 노동자 복지, 환경 같은 사회적 가치가 대형 유통시설의 인허가, 영업시간 규제 등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이에 대해 테스코의 하지트 드루브라 국제담당 이사는 “출점 심사 과정만 투명하다면 1년이든 얼마든 기다린다”며 “실제로 한 지역에 들어가는 데 10년이 걸린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점포 개발로 개구리 생태계 파괴 문제가 제기됐을 땐 서식처를 따로 마련하기도 했다”며 “주민 요구에 맞춰 조정 노력을 계속하는 게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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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영국·프랑스·독일 등 서유럽 나라들은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틀이 상대적으로 잘 갖춰져 있다. 이에 비해 체코 등 동유럽 나라들은 글로벌 유통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한 가운데 분쟁 소지가 잠복해 있는 편이다. 테스코 관계자는 “시장이 성숙하면 비슷한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내부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유통학회장 변명식 교수(장안대)는 이와 관련해 “서구사회는 갈등을 조정해온 역사가 100여년씩 되지만 우리나라는 재래시장지원특별법에 따라 중소상인 대표단체가 이제 정비되는 등 걸음마를 떼고 있는 수준”이라며 “올해 처음 시작된 시장분쟁조정위원회 등이 자리를 잡으면 유통업계 갈등 해소도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글·사진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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