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의 최고경영자들이 22일 미국 하원 금융위기 청문회가 시작되기 전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스티븐 조인트 회장(피치), 레이먼드 맥대니얼 회장(무디스), 데븐 샤르마 회장(스탠더드푸어스·S&P).
S&P 이어 무디스도 미국 신용전망 하향조정 위협
오바마정부 “정치적 조처”…규제강화 힘겨루기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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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용평가사의 반격인가? 무디스와 함께 미국 신용평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스탠더드앤푸어스(에스앤피·S&P)가 영원한 ‘트리플 A’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18일 강등시켰다. 실제 국가신용등급은 ‘AAA’로 유지했지만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것은 앞으로 여차하면 등급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미국 정부와 의회에 경고한 의미로 풀이된다.
신용펑가사들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과정에서 도마에 올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파생상품에 대한 위험도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국제여론이 비등했다. 지난해 5월 미국 상원은 신용평가사를 퇴출시킬 수 있는 권한을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부여했다. 미 의회가 통과시킨 금융개혁법안은 이들의 신용등급 활용을 제한하는 등 규제 조치를 담았다. 반면 유럽연합은 신용평가사들이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의 신용등급을 강등해 재정위기를 부채질했다고 비판했다. 영미계 신용평가사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는 유럽은 이후 이들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더욱 강화했다.
에스앤피는 1942년 이래 한번도 하향 조정되지 않은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내린 이유로, 막대한 재정 적자와 급증하는 정부 부채를 들었다. 무디스 또한 부채축소에 대한 공화당과 민주당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할 수 있다며 합세했다. 그러자 미국 백악관과 재무부는 이날 등급 강등에 대해 ‘정치적 배경’이 깔려있다며 반박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의회가 2013년까지 중장기 재정적자 감축방안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신환종 우리투자증권 크레딧애널리스트는 “실제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 신용등급이 하향조정 된다면 미 국채 투매 사태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며 커다란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뉴욕 증시는 씨티그룹 등의 양호한 실적 발표가 있었지만, 일본 대지진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마감했다. 반면 달러는 그리스 등 남유럽 재정위기 재부각 소식이 겹치면서 유로화 대비 강세를 나타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미 국채와 금 값은 상승했다.
미국 신용등급 전망 하향은 국내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부터 순매도로 돌아선 외국인이 이번 사태로 본격 이탈할 것인지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됐다. 마침 원화 가치의 가파른 절상으로 외국인들이 차익실현 욕구가 목에 올라온 상황이어서 더 그렇다. 이재만 동양증권 연구원은 “추가적인 지수 조정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신용 전망 하향이 미국 경기 회복세에 당장 변화를 줄 수 있는 변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외국인의 변심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19일 코스피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약세 영향으로 하락 출발해 2100선의 지지를 시험받고 있다. 외국인이 7거래일째 순매도에 나서며 지수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091원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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