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신용등급 전망 강등 여파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1500달러를 넘어섰다. 19일(현지 시각)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6월물 선물값은 장중 한때 온스당 1500.5달러를 기록했다가 1495.1달러에 장을 마쳤다.
전날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에스엔피)가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강등한 여파로 안전자산인 금으로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달러 약세를 부추기며 금값 상승의 재료가 됐다.
금값은 에스엔피의 미국 신용등급 전망 강등 이전부터 상승 추세였다. 중동 사태 장기화와 일본 대지진, 국제 원자재값의 가파른 상승이 안전자산이면서 인플레이션 헤지가 가능한 금의 매력도를 높였다. 세계 금 시장의 최대 고객인 인도와 중국의 투자 수요도 한몫 했다.
시장 분석가들은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 우려가 높아지면서 ‘대체 통화’로서의 금의 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온스당 1600달러선을 뚫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들은 가격이 급등했던 시기인 1980년에 금값은 온스당 825달러였지만 그동안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현재의 가격으로 환산하면 2300달러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금값이 더 오를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다만 원자재 수요의 블랙홀인 중국이 본격적으로 긴축에 나서고, 미국의 양적 완화가 종료되면서 달러가 강세로 전환되면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실물거래와 연동되지 않은 투기적 수요의 동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정호 삼성선물 연구원은 “최근 금에 대한 투기적 순매수 규모는 약 20만 계약으로 이전 최고치인 26만 계약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이 출구전략에 나서기 힘든 올해까지는 금값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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